문화역서울284 ‘프리츠한센展’
캐비닛 제작사서 가구 명가 탈바꿈
덴마크 건축가 야콥센과 만남 통해
앤트 체어 성공 이어 에그 등 호평
150년간 글로벌 명품가구로 유명세
덴마크·日이어 한국서 역사적 컬렉션
무형문화재 장인·디자이너 등 7명
프리츠한센 가구·제품들 재해석
12일~내달 11일 한국팬과의 만남
1872년, 덴마크의 남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인 나크스코브(Nakskov)에서 캐비닛을 제작하는 회사가 설립됐다. 창업자인 프리츠한센은 코펜하겐 무역 라이선스를 획득하며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시작했다. 이후 1885년 생산 품목을 확장하면서 수도인 코펜하겐 중심부 크리스티안하운에 작업실을 마련한다. 가구회사로 본격적인 출발이다. 이후 150년, 프리츠한센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명품 가구 회사로 등극한다. 에그(Egg), 스완(Swan), 앤트(Ant) 의자 등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을 어필한다. 어떻게 캐비닛을 만들던 회사가 글로벌 명품 가구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프리츠한센의 150년 역사를 돌아보며 브랜드 파워를 경험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프리츠한센과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원장 김태훈, 이하 공진원)은 12일부터 12월 11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서 ‘프리츠한센 150주년 기념전-영원한 아름다움 (Shaping the Extraordinary)’를 개최한다. 덴마크와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 개최되는 전시는 프리츠한센의 역사적 컬렉션과 한국 장인·디자이너와 협업한 작업을 선보인다.
▶콜라보레이션은 나의 힘=프리츠한센이 명품회사로 거듭난 주요 요인을 꼽자면 바로 ‘콜라보레이션’이다. 앤트, 시리즈 7, 스완 체어 등 프리츠한센을 대표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외부 디자이너(건축가)와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물론 처음부터 협업했던 것은 아니다. 회사 설립후 50년간 수주목록을 보면 대학 도서관, 코펜하겐시청, 대법원 의자를 납품하는 등 당시에도 고품질 제품으로 유명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 명성을 가져다 준 건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아르네 야콥센이다. 덴마크 건축가인 그는 1934년 코펜하겐 북부의 벨뷰에서 극장, 벨리스타 주택단지, 해변시설 전반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맡게된다. 야콥센은 극장 의자까지 거의 모든 요소를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 했는데, 극장 레스토랑에 쓰일 클람펜보그(Klampenborg) 의자도 그 중 하나였다. 얇게 켠 나무를 여러개 이어붙인 합판인 라미네이트로 제작한 클람펜보그 의자는 당시 유행한 커버를 씌운 형태의 업홀스토리 스타일 의자보다 비용이 적게들고 튼튼했다. 라미네이트 제작 기술을 가지고 있던 프리츠한센과 아르네 야콥슨이 처음 만나 제작한 제품이었다.
▶협업으로 탄생한 세기의 명작들=이후 이 둘의 콜라보레이션은 세기의 명작을 계속해서 탄생시킨다. 1952년엔 그 유명한 ‘앤트’가 제작된다. 아르네 야콥센은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간이식당 의자로 1951년 특별한 의자를 디자인했다. 가볍고, 안정적이어야 하며, 겹쳐 쌓아 수납공간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목표였다. 단단한 나무 소재로 무겁고 튼튼한 가구를 주로 만들던 전통을 따르는 대신 얇은 라미네이트와 플라스틱 다리로 구성된 의자를 만든다. 간단한 전환은 결국 가구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는다. 야콥센은 3개 다리를 고집했다. 앉았을 때 다리가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1952년 프리츠한센이 처음 300개 생산을 시작으로, 앤트 체어는 현재까지 수 백 만개가 팔렸다. 물론 소재는 플라스틱 대신 철제로 바뀌었고, 색상도 다양하며, 다리도 4개로 변형되었으나 야콥센이 의도한 아름다운 형태와 가벼움, 수납 용이함은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앤트 체어의 성공에 이어 1955년에는 ‘시리즈 7’이, 1957년에는 ‘에그’와 ‘스완’이 탄생한다. 야콥센은 코펜하겐의 SAS 로얄 호텔의 의뢰를 받고 에그와 스완을 디자인했다. 각각 달걀 모양과 백조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호텔 로비에 놓이는 긴 소파인 ‘3300 시리즈’, 레스토랑 의자로 디자인된 ‘기린’도 이때 탄생했다.
야콥센 외에도 프리츠한센은 한스 J. 베그너와 차이나 체어(1944), 보르게 모겐센과는 스포크 백 소파(1945)를 협업해 만들어낸다. 이같은 협업의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하이메 아욘(48), 세실리에 만즈(50), 캐스퍼 살토(55) 등 동시대 디자이너들의 작업은 프리츠한센과 만나 또 다른 ‘클래식’을 탄생시켰다. 디자인계 악동이자 천재로 불리는 하이메 아욘의 이지 체어 ‘프리’와 다이닝 체어 ‘자멘’, ‘파븐’ 소파는 스페인적 감각을 살리면서도 덴마크 가국 특유의 편안함과 안정감이라는 유산을 이어간다고 평가받는다.
▶퀄리티와 장인정신=세기의 클래식을 탄생시킨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했던 데엔 프리츠한센의 제작 역량이 바탕에 깔려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내기 위해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장인정신이 있었기에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기꺼이 프리츠한센과 손을 잡았다.
산업화 이전 프리츠한센은 수공예 중심으로 가구를 생산해 왔다. 그리고 지금도 무조건적으로 다량의 제품을 양산하기보다는 사람의 손을 거치는 방식으로 제품의 질을 지킨다. ‘프리미엄 퀄리티’, ‘프리미엄 체크’ 등 자체적 기준을 만들고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개발도 중요한 축이다. 유려한 곡선이 아름다운 차이나 체어도 뜨거운 증기를 쐐어 나무를 구부리는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라미네이트 합판도 나무를 접합하고 코팅하는 기술이 있었기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디자이너의 상상은 기술의 힘을 빌어 현실화 된다.
▶전시에 나오는 프리츠한센 명작은=전시장 입구인 문화역서울 284 중앙홀은 프리츠한센 150주년 기념제품들로 채워졌다. 150년 동안 수없이 변주되며 이어져온 주요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3층 대합실은 덴마크 본사에서 소장하고 있는 빈티지 제품과 카달로그 원본이 아카이브 영상과 함께 선보인다.
1918년 덴마크 의회에 납품한 의자를 비롯해 한스 J 웨그너가 1953년 디자인한 의자 ‘하트’, 아르네 야콥센이 1955년 문케가드 학교를 위해 고안한 ‘모기(Mosquito)’ 의자, 1962년 제작한 ‘옥스포드’, 베르네 판톤의 1974년 ‘시스템 1.2.3’ 등이 전시된다. 디자이너들의 콜라보레이션 일화와 함께 둘러본다면 더욱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한국 장인과 협업한 작품들=이번 한국 전시에선 특별한 협업 작품들이 나온다. 무형문화재 장인 4인과 한국 디자이너 3인이 참여한 프로젝트로 프리츠한센의 유산에 한국적 특성이 더해졌다.
먼저 서신정 채상장은 폴 케홀름의 디자인인 ‘PK24 데이베드’와 ‘PK 65탁상’에 채상으로 만든 사물을 더했다. 채상은 얇게 저민 대나무 껍질에 색을 물들여 여러가지 기하학적 무늬를 엮는 것을 말한다. 무늬로 사영되는 완자, 수복강녕, 십자, 번개, 줄무늬는 길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정관채 염색장은 한국의 쪽으로 염색한 무명 자투리천을 모아 조각보 형식으로 에그 체어를 감쌌다. 정수화 칠장은 프리츠한센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시리즈 7, 릴리, 그랑프리, 앤트 의자에 옻칠과 나전기술로 한국의 공예 언어를 입혔다. 최정인 자수장은 스완 의자에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수놓았다. 가지, 쇠뜨기풀, 방아깨비는 모두 다산을 의미하고 벌과 개미는 애국과 형제간의 우애를, 나비는 장수를 뜻한다.
그런가하면 디자이너들은 프리츠한센의 가구 외 제품들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했다. 스튜디오언라벨의 르동일은 조명을, 밀리언로지즈의 최형문은 화병을, SWNA의 이석우는 테이블 트레이를 제안한다. 공진원의 김태훈 원장은 “한국의 공예·디자인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북유럽 디자인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이번 전시가 한국 공예 장인들의 뛰어난 기술과 디자이너들의 의미 있는 작업을 전 세계에 선보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