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매거래 907건, 1000건 아래로 추락
서울 12개 자치구서 매매거래량 ‘역대 최저치’
“시장환경에 큰 변화 없어 거래절벽 이어질듯”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최악의 거래절벽 상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매매거래량이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사실상 ‘거래 빙하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우려 등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 속에 단기간 내 거래량 회복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8월 907건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월간 단위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1028건)에 이어 한 달 만에 또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선 강남구(239건)를 제외하고는 모두 두자릿수 이하 거래량을 기록했다. 두 번째로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진 서초구도 49건에 그쳤다.
특히 12개 자치구는 지난달 거래량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을 나타냈다. 노원구(41곳), 구로구(38건), 송파·강서구(34건), 양천구(26건), 마포구(23건), 서대문구(22건), 성동·관악구(20건), 성북·동작구(19건), 광진구(15건) 등이다. 중구는 전달보다 2건 늘어난 8건을 기록했으나 유일하게 한자릿수 거래량에 머물렀다.
‘집을 팔겠다’는 공급자 대비 ‘사겠다’는 수요자는 날로 줄어들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 78.5를 기록해 지난 5월 첫째 주 조사(91.1) 이후 21주 연속 하락했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2019년 6월 셋째 주(77.5) 조사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매수자 우위 시장’이 굳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선 금리 인상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 집값 하락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거래 빙하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예전에는 고점 대비 몇천만원만 빠진 매물만 나와도 전화 문의가 줄을 이었다”면서 “지금은 급매가 나왔다고 해도 반응이 시큰둥해 한 달에 1건 거래하기도 쉽지 않은데, 체감 상으로는 금융위기 때보다 더한 거래 빙하기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처음 900건대를 기록한 상황에서 800건대로 더 추락하는 등 최악의 거래절벽 현상은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와 대출 규제 강화, 주요 지역의 가격 부담감 등으로 매매거래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라며 “시장 환경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이런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