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시즌2

세계적 석학·리더 딱딱하지 않은 강의

지혜·통찰 경험…학생들에 도움 줄 것

사장까지 직접나서 엄청난 강사 섭외

동남아·아프리카 등 해외서도 큰 관심

행동가 제인 구달
행동가 제인 구달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세계 정상급 석학 및 리더들의 강연 프로그램인 EBS1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가 8월 29일부터 1년간 시즌2 대장정에 돌입했다. 동물학자 제인 구달을 시작으로 ‘철학계의 엘비스 프레슬리’ 슬라보예 지젝의 강의를 방송하고 있다. 강연이라고 하면 무겁고 딱딱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재밌는 요소도 섞여있다.

활동가 제인 구달은 침팬지를 연구하고 보호하는 탄자니아 곰베국립공원 주변에서 만난 침팬지가 새끼와 노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아이를 낳아 그렇게 놀았더니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아이에게는 탐구가 학습이다. 그런데도 아이가 우유를 접시에 부어 그것으로 그림을 그리자 엄마는 아이를 징벌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걸 보고 제인 구달은 놀랐다고 했다. 침팬지는 어린 새끼가 잘못하면 체벌 대신에 관심을 돌려놓는다. 새끼가 개미잡이 도구를 훔치려고 하면 어미가 새끼 손을 간지럽힌다. 새끼가 자기 잘못을 알 때까지, 옳고 그름을 배울 때까지 그런 식으로 키운다고 했다.

슬라보예 지젝은 ‘어떻게 자유로울 것인가’에 대한 자유론 강의를 통해 디지털 세상에서 상상하는 만큼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될수록 자신이 얼마나 통제되는지를 체험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진정한 자유란 여러분을 자유롭게 하는 규칙과 틀을 바꿀 수 있는 자유”라고 결론짓는다.

이처럼 세계 유명 지식인들의 소중한 강의를 시청할 수 있는 곳이 ‘위대한 수업’이다. EBS가 교육부·국가평생교육진흥원(K-MOOC)과 공동기획한 2021~22년 최고의 화제작이다. 일종의 지식 넷플릭스라 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을 대중적으로 보급하겠다는 교육 비전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21년 8월 첫방송된 시즌1에서는 유발 하라리(역사), 마이클 샌델(정치철학), 폴 크루그먼(경제), 리처드 도킨스(생물), 존 헤네시(IT), 주디스 버틀러(젠더) 조지프 나이(정치학), 자크 아탈리(경제학), 안도 다다오(건축)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 42인이 출연해 호평받았다.

‘총,균,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생리학/지리학)
‘총,균,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생리학/지리학)

시즌2에도 ‘총,균,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생리학/지리학)와 영화 ‘아바타’와 ‘타이타닉’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영화), 스티븐 월트(국제정치), 조 말론(향수), 피에르 가니에르(요리), 스티브 맥커리(사진), 맥스 부트(전쟁·무기) 헬레나 호지(환경), 베스 시몬스(국제정치) 등 다양한 셀럽급 전문가들이 출연하여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그렇다면 EBS가 이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원천은 무엇일까? 제작을 총괄하고 있는 허성호 CP(EBS 지식글로벌부 팀장)는 “김유열 EBS 사장님이 평PD 시절부터 지닌 오랜 꿈으로 부사장 시절에 강력 추진했다. 인류공영을 위한 꿈이다”고 했다.

기자는 김유열 사장이 부사장일 때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김 부사장은 “지식을 일부가 독점하지 않고, 강자나 약자나, 부자나 빈자나, 엘리트나 대중 누구나 세계 석학들의 지혜와 통찰을 무상으로 경험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획됐다”면서 “아마 학교나 가정과 직장에서 지식혁명, 창의력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위대한 수업’은 ‘지식의 민주주의’, ‘일상적 교육 혁명’을 구현한다는 목표로 기획된 것이다.

세계적인 석학들의 명강의를 들을 수 있는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시즌1에 나온 명사들.
세계적인 석학들의 명강의를 들을 수 있는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시즌1에 나온 명사들.

허성호 팀장은 “실무자인 저는 그 정도의 원대한 꿈은 아니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주고싶었다”고 설명했다.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강의하는 이 분들의 생각이 어떻게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한국은 소수라도 목소리가 강하면 이기지 않나. 한국사회가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진일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관용이나 다양성의 가치를 새겨볼만하다.”

허 팀장은 ”시청자는 한 분이라도 더 보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이 많이 봤으면 한다. 관용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다양한 사고를 접할 수 있어 특히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중·고교에서 도움이 된다고 하자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위대한 수업’에 출연하는 세계 석학들의 강의 내용 20분 정도 분량을 3분으로 축약한 쇼츠 동영상을 매일 하나씩 만들어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위대한 수업’의 효용가치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시즌2에 출연하는 정치학의 세계적인 거장 아담 쉐보르스키 교수(뉴욕대 정치학과)는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혁신적인 생각들을 나눌 수 있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다. 이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한국의 납세자들(taxpayers)이 존경스럽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유력한 씽크탱크인 외교정책공동체 디노 패티 잘랄 의장 일행은 지난 5월 31일 EBS를 방문해 ‘위대한 수업’ 기획에 경의를 표하며 자국에서 널리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EBS 플랫폼을 “교육과 과학지식을 쌓는데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대한 수업’의 제작 총괄을 맡고 있는 허성호 CP.
‘위대한 수업’의 제작 총괄을 맡고 있는 허성호 CP.

‘위대한 수업’이 엄청난 강사들을 섭외한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PD뿐만 아니라 사장도 강사 섭외에 나선다.

“섭외가 모든 것이다. EBS는 부유한 방송국이 아니어서 큰 돈을 들이는 건 의미가 없다. EBS는 ‘다큐 프라임’ 등으로 지난 20년간 섭외 역량을 키운 국내 석학 네트워크가 있다. 섭외하다 보면 EBS를 ‘한국의 PBS’(미국 공영 방송망)으로 봐주고 교육전문방송국이라는 점을 높이 사준다. 성의껏 출연에 임하는 분도 많다. 시즌2는 시즌1 덕분에 세계 학회에서 소문이 돌아 섭외하기가 좀 더 수월해졌다. 우리는 비교적 싼 값에 석학들을 섭외할 수 있다.”

허성호 팀장은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는 한국학계의 큰 도움을 받아 만들어지는 콘텐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지식인들이 강의할 때 사용하는 전문용어를 쉽게 전달해야 한다. 각 편마다 한국인 자문교수가 붙어, 번역에 심혈을 쏟는다. 한국학계 인사들은 섭외뿐 만 아니라 해석과 번역에도 매달려 한국학계 역량의 총아라고 본다. 찍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후반작업은 EBS만이 할 수 있다.”

이어 허 팀장은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돈이 안된다고 소외되는 문사철(文史哲)과 자연과학이 TV 프로그램으로 조명되기 어려운데, 여기서는 세계적인 베스터셀러, 석학들이 매주 얼굴을 드러내니까 인문학적 가치, 자연과학적 가치가 소구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프로그램 관련 책도 더 많이 팔려 지식산업 전체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