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타다’가 3년만 늦게 나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시대를 잘못 타고 났던 서비스 같아.”
불금에 친구와 서울 이태원에서 택시를 잡다가 이 같은 대화를 나눴다. 밤 10시부터 시작되는 귀갓길 전쟁. 몇 주째 반복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시간 넘게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을 켜놓아도 소용이 없다. 거리에는 집에 가려는 사람들의 절실함이 가득했다.
이런 날이면 저절로 ‘타다’가 생각난다. 모빌리티 혁신을 외치며 야심 차게 등장했지만 규제에 가로막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20년 ‘타다 금지법’ 시행 후 국내 공유형 모빌리티사업은 싹이 말랐다. 희망을 안고 세상에 나왔던 카풀 애플리케이션들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동력을 잃은 ‘타다’는 일반 플랫폼 택시와 같은 방식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택시난의 근본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낮에는 택시가 많은데 승객이 없고, 심야에는 승객이 많은데 택시가 없다. 코로나 기간 3만여명의 법인 택시기사가 떠났다. 현재 기사 절반가량은 70대로, 개인택시 기사 평균 연령은 64.8세로 파악된다. 이들은 취객이 많은 심야 운행을 기피한다.
심야시간 택시를 늘리려면 할증료를 올려 기사들을 유인해야 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이미 지금도 3~4배 비싼 프리미엄 플랫폼 택시마저 ‘없어서 못 잡는’ 상황이다. 집에 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는 해결책으로 ‘심야시간 택시 공급 증가’ 대신 수요를 줄여버리는 황당한 방안을 내놨다. 바로 택시 ‘합승’이다. 바로 오늘부터 시행되며 플랫폼을 통한 동성간 이용만 가능하다. 이동 경로가 70% 이상 유사한 승객을 서로 연결시켜 주고, 요금은 이동 거리에 비례해 동승객과 나눠 낸다.
카카오모빌리티를 포함한 주요 플랫폼은 합승을 도입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있다. 택시난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요금 분쟁 문제, 타인과의 동승 위험성 등 기피 요소가 많다. 이용자들도 “요즘 시대에 합승을 선호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 비판한다.
만약 ‘타다’가 지금 나왔다면 어땠을까. 특정 시간에 자차로 카풀을 제공하는 새로운 플랫폼 일자리가 각광받았을지 모른다. 훗날 국내 공유형 모빌리티 기업이 전 세계에서 우버와 경쟁을 펼치는 희소식을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택시와 타다, 어쩌면 상생이 가능한 조합이었지 않을까.
정부는 이제라도 공유형 모빌리티 시장을 육성하고, 기존 산업과의 상생을 조율해야 한다. 밤 10시 이후만이라도 일반인 카풀(승차 공유·Carpool)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푸는 등의 방법도 대안이다. ‘합승’과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미봉책은 시장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낡은 규제로 인해 수백조원에 달하는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뒤쳐지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jakmee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