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궤적 담아낸 앤솔러지 음반

 ‘옛 투 컴’은 국내팬 선호할 노래

 최정상 오른 현재 잠시 숨고르기

 군입대 논란, 미묘한 환경 변화속

 스스로 점검하고 확신의 메시지

 

 한국어 가사ㆍ달라진 빌보드 규정

 시험대 오른 BTS 성적표도 관심사

美 빌보드 1위 가능…장기집권은 물음표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다들 언제부턴가/말하네 우릴 최고라고/온통 알 수 없는 네임즈(names)/이젠 무겁기만 해 (중략) 그날을 향해 / 더 우리답게 / 우리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어.’ (방탄소년단 신곡 ‘옛 투 컴’ 중)

총 6곡·16번의 빌보드 ‘핫100’ 1위, 다섯 번 연속 ‘빌보드 200’ 1위, 그래미어워즈 2년 연속 노미네이트….

2020년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시작으로 ‘버터(Butter)’,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에 이르는 이른바 ‘팬데믹 3부작’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전무후무’, ‘유일무이’한 가수. 방탄소년단을 따라다니는 수사는 지난 3년 사이 더 크고 거대해졌다. 뜨거운 영광을 내려놓고 이들은 잠시 ‘숨표’를 찍었다.

최근 선보인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프루프(Proof)’는 2013년 6월 13일 싱글 ‘투 쿨 포 스쿨(2 COOL 4 SKOOL)’로 데뷔한 방탄소년단의 지난 9년의 궤적을 담아낸 앤솔러지(Anthology·선집) 음반이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앤솔러지 음반은 일반적인 형태의 컴필레이션은 아니다”라며 “히트곡 모음집 수준을 넘어 데모나 미공개 음원은 같이 내야하는 것이기에 가수들이 잘 내는 방식은 아니다. 골수팬이 있는 가수들이 낼 수 있는 앨범으로 방탄소년단이기에 가능한 음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앤솔러지 형태의 앨범은 해외에선 비틀스와 딥 퍼플, 국내에선 기타리스트 신중현 등 일부 뮤지션만 발매했다.

세 장의 CD엔 방탄소년단의 히트곡을 망라했고, 새롭게 편곡한 곡과 미발매 곡을 채웠다. ‘프루프’는 앨범의 제목처럼 지난 9년간 ‘초고속 신화’를 써내려간 방탄소년단의 활동상을 ‘증명’하는 음반이자, 새로운 목적지를 향한 이정표로 읽힌다.

신곡은 타이틀곡 ‘옛 투 컴(Yet To Come)’, ‘달려라 방탄’, 팬송인 ‘포 유스(For Youth)’ 등 세 곡이다. 세 곡 모두 오랜만에 한국어 가사로 나왔다. 방탄소년단이 한국어 가사의 타이틀곡을 선보이는 것은 2020년 팬데믹 속에서 스페셜 앨범 격으로 발매한 ‘비(BE)’ 이후 3년 만이다.

정 평론가는 “우리 음악 팬들에게 각별한 방탄소년단의 노래 중 하나가 멜로디의 요소가 강했던 ‘봄날’이다. 이 곡은 다른 어떤 곡보다도 스트리밍, 좋아요 등의 수치 면에서도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 ‘옛 투 컴’ 역시 ‘봄날’ 못지 않게 선율적 측면이 뛰어나 국내팬들이 특히나 좋아할 만한 노래”라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의 ‘옛 투 컴’ 뮤직비디오 캡처 [빅히트뮤직 제공]
방탄소년단의 ‘옛 투 컴’ 뮤직비디오 캡처 [빅히트뮤직 제공]

‘옛 투 컴’의 가사는 의미심장하다. ‘K팝 센세이션’으로 불리며 세계 무대로 향했던 방탄소년단이 ‘21세기 팝 아이콘’이라는 수사를 단 현재 자신을 돌아보고, 최정상에 선 불안과 두려움을 고백한다. 그러면서 ‘아직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고 노래한다. ‘팬데믹 3부작’처럼 영미팝 시장을 겨냥하고 나온 트렌디한 댄스곡이 아닌 방탄소년단이 오래만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일종의 “심경 고백”이기도 해, “팬들에겐 좋은 선물이 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발매하는 음반마다 빌보드 ‘핫100’ 단골손님이 됐던 만큼 새 앨범과 신곡의 성적표 역시 지대한 관심사다. 방탄소년단의 이 음반은 발매 하루 만에 215만 5363장을 판매, 더블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 2020년 2월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MAP OF THE SOUL: 7)’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 가수 중 유일한 기록이다. 타이틀곡의 글로벌 반응도 괜찮다. ‘옛 투 컴’은 스포티파이의 ‘데일리 톱 송 글로벌(Daily Top Songs Global)’ 차트에서 진입과 동시에 3위를 기록했다. 일본 오리콘 ’데일리 디지털 싱글‘ 랭킹에서도 6월 10일과 11일 이틀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빌보드의 메인 음반 차트로 음반 판매량을 집계하는 ‘빌보드 200’ 1위에 오르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 1위 데뷔 역시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엔 변수가 있다. ‘달라진 규정’이다.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빌보드 ‘핫100’ 차트는 라디오 방송 횟수, 스트리밍 실적, 음원 판매 등을 종합해 순위 집계한다. 기존엔 계정 하나당 한 주에 여러 번 음원을 구매해도 모두 집계가 됐으나, 변경 이후에 한 주에 1회만 정상 판매로 인정했다. 앨범 가격도 싱글 0.39달러, 앨범 3.49달러로 고정했다. 팬덤의 대량 구매, 몇 차례씩 리믹스 버전을 싸게 판매해 순위을 유지해온 기존의 관행들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방탄소년단은 새로운 규정에 더해 오랜만의 ‘한국어 가사’로 나온 만큼 비영어권 노래엔 보수적인 ‘핫 100’ 차트를 뚫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나 이번 음반과 신곡은 빌보드가 차트 집계 규정을 바꾼 이후 처음 내는 것으로, 일종의 ‘시험대’와 같다. 정 평론가는 “‘옛 투 컴’은 해외 팬들보다는 국내 팬들이 선호할 만한 곡이고, ‘다이너마이트’와 ‘버터’ 등 영미 맞춤형 활동곡과는 달리 ‘한국 활동곡’으로 볼 수 있다”며 “한국어 가사, 차트 규정의 변화 등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핫100’ 차트 1위는 가능하나 이전처럼 장기간 1위에 머무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순위, 성적과 무관하게 이번 음반은 방탄소년단의 지난 활동을 정리면서도 앞으로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3일 데뷔일을 맞아 진행한 ‘프루프 라이브’(Proof Live)에서 이 음반에 대해 “우리의 페이지 1장을 마무리하는 앨범”(뷔)이라고 했다. 스스로도 지난 9년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앨범이라고 한 만큼 방탄소년단은 ‘최고의 자리’에서 그들의 방향을 다시 점검 중이다. 현시점으로는 방탄소년단이나 아미에게도 이러한 음반은 필요했으리라고 본다.

지금 방탄소년단을 둘러싼 환경은 다소 미묘해졌다.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이후 거세진 병역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산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옛 투 컴’ 이전까지 방탄소년단의 군 문제 등 상황이 여러 가지로 복잡하고 팬들도 생각이 많은 상황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정 평론가는 “향후 방탄소년단의 활동에 어떤 형태로든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음반은 우리는 여전히 해나갈 것이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팬들의 불안을 덜어주고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음반”이라며 “단기간에 여러 성취를 거둔 방탄소년단의 숨고르기이자, 자기 목소리를 담아온 음반으로의 회귀 의지를 담아냈다”고 봤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