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원합의체, 기존 판례 변경 판단
“자발적 성행위, 군기 침해 보기 어려워”
“성적 자기결정권도 보호법익에 포함”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합의에 따른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군형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군형법상 추행죄가 된다고 판단했던 기존 입장을 변경한 결론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군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유죄를 받은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군형법상 추행 유죄 부분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의 쟁점은 동성인 군인들이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로 맺은 성행위를 군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였다. 군형법 92조의6은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재판부는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진 성행위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 현행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재판부는 “동성 간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어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통적 보호법익과 함께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며 “두 가지 보호법익 중 어떤 것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는 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경우 자발적 합의에 따른 성행위이고 의사에 반하는 행위인지 문제되거나 군기를 침해했다는 사정이 없기 때문에 A씨와 B씨를 군형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와 B씨는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영외에 있는 B씨 숙소에서 성행위를 한 혐의로 2017년 군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반면 조재연·이동원 대법관은 “현행 규정은 행위 강제성이나 시간과 장소 등에 관한 제한 없이 남성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처벌하는 규정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구성요건을 제한 해석 할 수 없다”며 유죄로 봐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동안 남성 군인 사이 성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추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사적 공간에서 합의하에 이뤄진 것인지 등을 따지지 않고 군형법상 추행죄가 된다고 판단했던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안철상·이흥구 대법관은 다수 의견의 결론에 찬성하면서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 성적 자기결정권이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선수 대법관도 다수 의견의 결론에 찬성했다. 다만 상호 합의하에 이뤄진 성적 행위에 대해 군기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현행 규정을 적용해 처벌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별개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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