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수소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해당 기업들의 사업진출 발표만으로 벌써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탄소 감축을 목표로 그린뉴딜 정책에 힘을 실으면서 기업들 역시 친환경 신사업 추진에 가속페달을 밟는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수소가 ‘탈(脫)탄소 시대’를 이끌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꼽히면서 정부도, 기업도 수소사업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의 대명사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현재의 기술 수준에선 수소 전환이 완전한 탈탄소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수소는 생산 방법에 따라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 ‘그린 수소’로 나뉘는데 현재 업계의 생산 방식은 그레이 수소, 즉 ‘회색 수소’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 수소’는 석유화학공장이나 제철소 등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나 석유가스 천연가스 등에서 추출한 수소를 일컫는다. 그러나 이 같은 수소 생산 방식은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회색 수소’라 명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애초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화석연료가 사용된다면 이를 친환경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블루 수소’는 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제거하는 방식으로, 그레이 수소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갔지만 역시 완전한 탈탄소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평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환경친화적 사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각 기업도 친환경을 표방한 수소사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좀 더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부터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 수소’가 진정한 친환경에 가까운 것으로 꼽히지만 전문가들은 그 단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이전까지는 회색 수소가 대량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궁극적으로 회색 수소에서 그린 수소로의 전환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선 기업들의 장기간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그린 수소 생산단가는 1kg당 10~15달러 수준으로,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그레이 수소보다 5배가량 비싸다.
결국 기업이 향후 지속될 투자 부담을 버틸 수 있는지가 친환경 수소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금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수소사업 진출을 선언했지만 최소 10년은 지난 후에야 제대로 된 옥석을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체계의 대대적인 전환은 기업의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의 힘만으로는 그린 수소 생산 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그린뉴딜 정책의 애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기업들의 그린 수소 전환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