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에게 ‘불확실성’만큼 위협이 되는 것은 없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단 하루 늦어지는 것으로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조원까지 큰돈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국가권익위원회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대한항공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의 향배를 결정할 권익위의 최종조정안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90일이 걸리는 민원처리 기간도 이미 훌쩍 넘었다. 애초 권익위가 송현동 부지의 매각 방식과 금액에 대한 조정안을 지난 16일에 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로부터 열흘이 더 지나도록 조정안 소식은 ‘함흥차사’다. 권익위 관계자는 당사자들이 제출할 서류가 미비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장 권익위의 조정이 급한 대한항공은 서류를 모두 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먼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고 시유지와 맞바꿀 예정인 만큼 관련 절차는 LH의 몫이라고 책임을 떠밀었다. LH는 떨떠름하다는 입장이다. 대리 매입 여부를 내부적으로 확정하지도 않았는데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먼저 발표했기 때문이다.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당장 서류를 낼 수도 없다.

상황이 이렇게 꼬였는데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권익위는 뚜렷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추가적인 중재회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없다. 양측의 입장 차가 여전히 큰 데 어떻게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건지 청사진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권익위의 침묵은 서울시의 자의적 판단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최근 국감에서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만드는 것은 법적으로 사유재산 침해가 아니며 대한항공으로부터 감정가로 매입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공원화 천명 이후 서울시 외 어떤 곳과도 입찰을 진행할 수 없게 된 대한항공으로선 답답한 노릇이다.

권익위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국민고충처리기관으로서 공정성에 흠이 간다. 서울시 또는 정부 여당의 눈치를 본다거나 민감한 사안에 대해 몸을 사린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공정한 판단을 이른 시간에 내려 그 오해를 불식시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