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캠핑을 하다 보면, 계속 뭔가 사야만 하는 의무감에 휩싸인다. 한참 이것저것 사고, 산걸 팔고 또 사고, 그러다보면, 결국엔 살 게 마땅치 않다. 돈도 없다.

그다음 수순은 D.I.Y다. 코바늘로 워머를 꿰고, 안 쓰는 서랍장을 뜯어내 캠핑 선반을 만들어본다. 타고난 금손이 아닌 이상, 오래가긴 힘들다. 또 슬슬 병이 도진다.

그래서, 요즘은 좀처럼 ‘구매리스트’에 등장하지 않는 캠핑도구들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도끼다.

시작은 우연한 기회였다. 즐겨가는 캠핑장에서 마침 챙겨간 장작이 다 떨어진 터. 주인장께 물어보니 젖은 장작이 있으니 그냥 가져가란다. 캠핑 초기부터 장작만큼은 며칠을 기다리더라도 고품질 장작을 고집한 탓(불멍톡 아니던가)에 젖은 장작을 써본 건 처음이다. 천성적으로 민폐를 못 견디는 탓도 있다. 캠핑장의 봉화 연기가 옆 캠퍼로서 얼마나 괴로운지 수차례 경험했으니.

젖은 장작에 내 눈물도 모자라 옆 캠퍼 눈물까지 흘리게 하는 일을 내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주인장께 급히 도움을 요청하니, 건네준 게 바로 도끼다. 당황했다. 도끼라니. 도끼라곤, 어린 시절 피씨방에서 카운터스트라이크 좀비를 향해 휘둘러 본 게 전부인데. 내 인생 최초로 실물 도끼를 손에 쥔 순간이다.

젖은 장작을 쪼개란 얘기였다. 도끼 날을 대고 망치로 내리쳤다. 어라, 된다. 허허. 이런 남성미 같으니. 무한도전만 봐도, 정형돈의 “내가 봤어” 외침에 눈물 펑펑 흘리며 오열하던 내가, 도끼를 내리치고 장작이 무참히 나뒹군다. 허허, 이런이런.

그래서 주문했다. 당연히 없다고 믿었던, 내 내면 깊숙 자리잡은 남성미가 부활하는가 싶어서. 이젠 무한도전 보면서 울 일도 없지 않나. 검색해보니, 역시나 이들만의 세계가 있는거다. 국내는 물론 해외 유명 브랜드까지 다양하고, 손도끼는 물론, 손도끼용 장갑에 보관 가죽까지 있다. 100만원이 넘는 ‘명품 손도끼’도 판매 중이다. 종이도 잘릴 만큼 섬세하고 날카롭다 한다. 미끄럼을 방지하면서도 안전까지 보장하는 가죽 소재의 장갑이나 날집도 멋지다.

한참 동안 탄성 지르며 신세계를 구경한 끝에, 결국 1만원짜리 손도끼를 주문했다. 돈이 없다...

다음 캠핑, 아이와 아내 앞에 도끼를 호기롭게 꺼내들었다. 멀쩡한 장작이지만 괜히 트집 잡아보더만 도끼날을 대고 망치를 내리쳤다. “쨍” 그렇게 가벼울 수 없는, 그렇게 귀 아플 수 없는 소리가 캠핑장을 때렸다. 날이 들어가질 않는다. 이 느낌이 아니다. 다시 망치를 내리쳤다. 또 내리쳤다. 땀이 났다. 아이는 일어났다. 잠자리채를 들고 자리를 떠났다. 조용히 지켜보던 아내는 혀를 차더니 당근마켓을 켰다. 땀이 났다.

날이 너무 무딘걸까. 도끼가 너무 작은걸까. 파쇄석이 넘 단단한걸까. 모르겠다. 수없이 쨍쨍거리다가 그냥 도끼를 접었다. 그냥 장작을 불에 던졌다. 잘만 탄다. 남성미는 개뿔.

캠핑용품 중 가장 완벽한 불용품이 됐다. 사람은 천성대로 살면 된다. 드라마 보며 오열하는 날 사랑하자. 그래왔잖아. 앞으로도 그럴 거다. 쓸데없이 도끼 같은 건 사지 말고.

◆캠핑 팁

간혹 캠핑장에서 직접 장작을 구하려는 캠퍼들이 있다. 절대 안 된다. 건조되지 않은 나무는 불도 안 붙고 연기만 난다. 전세캠이라면 그 또한 추억일 수 있지만, 옆 캠퍼는 무슨 죄. 젖은 나무에서 나오는 연기냄새는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반드시 장작을 별도로 구매하자. 요즘 대부분 캠핑장은 자체적으로 장작을 구비하고 있는 곳이 많으니 이를 활용해도 된다. 다만, 나무가 아닌 잘 건조된 솔방울 등은 불쏘시개로 활용하면 유용하게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