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선관위에 “점자 투표용지 달라” 요청

선관위, 일반 투표용지 보내…인권위 “참정권 위반”

국가인권위원회. [연합]
국가인권위원회.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우편으로 투표를 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점자 투표용지 등을 포함한 편의를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23일 인권위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인 진정인 A씨는 지난 4월 치러진 총선에 앞서 지역 선관위에 거소투표시 혼자 투표할 수 있도록 점자 투표용지 등 편의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해당 지역 선관위는 일반 투표용지를 보내 왔다. A씨는 일반인의 도움을 받아 투표를 해야만 했다. 이후 A 씨는 “이는 비밀투표를 해치는 것이며,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니 정당한 편의가 제공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거소투표는 투표소에 직접 가지 않고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는 부재자투표 방식의 하나로 선거인은 선거일 전에 미리 발송받은 투표용지에 기표한 후 이를 회송용 봉투에 넣어 지역 선관위로 보내게 된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인 해당 지역 선관위는 “점자형 투표 보조 용구는 중앙 선관위에서 일괄 제작해 투표소에 배부·비치하고 있고, 거소투표를 신고한 시각장애인 개인에게 배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앙 선관위 역시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전국의 253개 지역구에 비례대표까지 후보자 수가 많아 후보자등록마감일 이후에 묵자를 먼저 인쇄하고 거기에 점자를 일일이 제작·배송하기에 시간적 제약이 있다”며 “특히 투표용지의 통일성 등을 기하기 위해 특정 업체 한 곳에서 모두 제작되고 있어, 점자형선거공보 등과 한꺼번에 제작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해당 지역 선관위가 시각장애 선거인에게 거소투표를 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거소투표를 신청한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투표용지 등 투표 보조 용구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투표권 제한에 해당하는 점 ▷국가기관의 장인 피진정인은 장애인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 정당한 편의 제공에 관한 각종 지원을 할 의무가 있는 점 ▷점자 투표용지 등의 제작을 위한 기간 부족은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이 같이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