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길 할머니 심신장애 이용’… 檢, ‘준사기’ 혐의 적용

尹·, “할머니의 삶 검찰에 ‘치매’로 부정당해”

법조계, “길 할머니의 객관적인 상황이 중요”

보조금 부정 수령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 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보조금 부정 수령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 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검찰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준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한 가운데, 윤 의원의 ‘준사기’ 혐의에 대한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윤 의원의 ‘준사기’ 혐의 피해자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 측의 반대신문을 위한 증인 출석 요청 가능성도 제기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최지석)는 윤 의원을 ‘준사기’ 등 8개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이 적용한 ‘준사기’ 혐의란, 윤 의원이 중증 치매를 앓던 길 할머니의 심신 장애를 이용해 2017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 중 5000만원을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하게 하는 등의 수법으로 총 9회에 걸쳐 7920만원을 기부·증여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기소 직후 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평화인권운동가로서 할머니의 당당하고 멋진 삶이 검찰에 의해 ‘치매’로 부정당했다”며 반발하는 입장문을 올렸다. 이후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정의연)도 “피해 생존자의 숭고한 행위를 ‘치매노인’의 행동으로 치부한 점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 18일 정의연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 양징자(梁澄子), 시바 요코(柴 洋子) 공동대표 명의의 성명서를 공개하며 검찰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전국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가장 용서할 수 없는 것은 길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할머니가 받은 여성인권상 상금을 기부하게 하는 등 9회에 걸쳐 기부·증여하게 했다’며 준사기 혐의를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검찰은 길 할머니의 진료 기록과 정신의학 전문가들의 의견 결과 등을 토대로 길 할머니가 기부·증여 당시 치매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길 할머니의 며느리 조모 씨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검찰에서 세 분이 찾아와 어머니를 보시고, 치료 자료들을 요청해 10년 치 의무기록지를 출력해 제출했다”며 “저희가 아니라 정의연 쪽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녔던 자료인데 그게 잘못됐다고 하면 말이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진실공방이 가열되자 법조계에선 길 할머니 측의 증인 출석 가능성도 제기됐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재판이 열려봐야 알겠지만 윤 의원도 혐의를 다투고 있고 억울하다며 대응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선, 반대신문을 위한 길 할머니나 그 가족들의 증인 신청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검찰 출신 변호사 A씨도 “윤 의원이 검찰이 조사 후 제시한 증거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반대신문을 하겠다고 하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 증인으로 길 할머니 측이 나와야 한다”며 “작은 증거가 모여 유죄가 인정되는 것인 만큼 길 할머니의 객관적인 상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