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에 형법상 낙태죄 폐지 개정안 마련 권고

위원회 “여성 목소리와 경험 적극 반영해야”

법무부 “의견수렴 거쳐 올해말까지 입법에 만전”

헌법재판소의 형법상 낙태죄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1년을 맞아 지난 4월10일 시민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측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제공]
헌법재판소의 형법상 낙태죄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1년을 맞아 지난 4월10일 시민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측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제공]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법무부의 성평등 정책 자문 업무를 담당하는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낙태의 비범죄화를 위해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21일 “낙태의 처벌에서 여성이 평등·건강·안전·행복하게 임신·임신중단·출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태아가 건강·안전·행복하게 출생·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도록 법과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권고했다. 이는 위원회 발족 후 첫 권고다.

위원회는 다만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하거나 이를 통해 여성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을 처벌하는 ‘부동의 낙태죄’ 규정은 향후 보완해 형법 제25장 ‘상해와 폭행의 죄’ 부분에 두도록 권고했다.

또 법무부가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관계부처 및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해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효과적으로 마련하라고 했다. 이러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선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을 비롯한 교육과 사회서비스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원회는 ‘유념해야 할 문제인식’에 대해서도 권고했다. 임신과 임신중절, 출산의 주체인 여성의 목소리와 경험을 적극 반영하고, 낙태죄에 대해선 성인지감수성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획일적으로 임신 주수에 따라 처벌 여부를 나누는 것은 형사처벌 원칙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외국의 경우 임신의 주수를 구분하는 것은 처벌을 하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주수 에 따른 적절한 사회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형법상 낙태죄 위헌 여부 사건에서, 임신 초기 낙태까지 처벌하도록 한 것은 임산부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하고 올해 12월31일까지 국회가 관련 법률을 개정하라고 했다. 헌재는 이 결정에서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생존 할 수 있는 시점을 임신 22주로 봤다. 즉 임신 22주까지는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 우선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때문에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법무부는 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해 “정부 입장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권고사항을 비롯해 추가적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입법 시한인 12월31일까지 차질없이 후속입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위원회를 발족하고 전문가 9명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위원장은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맡았다. 나윤경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윤옥경 경기대 교수, 이수정 경기대 교수, 이한본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 진경호 서울신문 심의위원, 최은순 디케 대표변호사,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가 위원으로 함께 위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