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직선제 전환 공론화도 관심

농협중앙회 제24대 신임 회장에 당선된 이성희 전 낙생농협 조합장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당선증을 받은 뒤 손을 들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농협중앙회 제공]
농협중앙회 제24대 신임 회장에 당선된 이성희 전 낙생농협 조합장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당선증을 받은 뒤 손을 들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농협중앙회 제공]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제24대 농협중앙회장에 31일 선출된 이성희 전 경기 성남 낙생 조합장은 향후 4년간 220만명 조합원을 대표하게 된다. 또 이 신임 회장은 자산 400조원, 계열사 31개, 임직원 8만여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앞으로의 과제와 책임도 막중하다.

이 회장이 이번 선거에서는 내세운 주요 공약으로 ▷전체 조합장 참여 농협 주요 사업 토론기회 연 1회 이상 마련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농업인 월급제·농민수당·농업인 퇴직금제 도입 ▷하나로마트 미래 산업화 육성 등을 내걸었다.

최우선 과제로는 농가 소득 향상이 꼽힌다. 지난해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농협은 농가소득 제고를 위해 농축산물 수급과 가격 안정에 나서야하기 때문이다. 또 농외 소득원 발굴, 농업인 월급제 또는 농민수당 도입의 당위성도 제기된다.

정부가 WTO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 대신 공익형 직불제를 올해 5월 도입하고 예산 2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근본 대책은 못 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당장 쌀 관세율 513%는 새로운 협상 전까지 유지되지만 다른 보호 대상 품목이 줄어들면서 고추와 참깨, 마늘 등 품목의 관세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사상 처음으로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쌀 소비 감소에 따른 전국 150개에 달하는 미곡종합처리장의 수익성 악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가 연간 1조2000억원 상당을 저리 자금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쌀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시설 현대화와 통폐합을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조직 내부에서도 재무구조 악화와 수익구조의 편중, 방만 경영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농협 순이익은 2조1261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3.2% 감소했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신용사업의 순이익이 소폭 증가한 반면 농식품 판매가 주력인 경제사업은 순손실이 31.5% 급증했다. 금융지주 내에서도 농협은행의 순이익이 꾸준히 증가해 전체의 80%를 넘어섰으나 다른 계열사의 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은 지난해 11월 1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농협의 전체적인 덩치가 커졌다고 하지만 농협은행 이외 계열사와 사업의 부진은 조직 전체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 등 농협의 고질적 병폐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농협이 초고가 무기명 골프회원권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발표하고도 여전히 458억원 규모의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직원들에 대해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고 대출이자 2.87%를 현금으로 보전해 일부 직원이 무이자 특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1억원대 연봉자도 4년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회장 선거 때마다 제기되는 불법·혼탁 논란을 해소하고, 간선제 방식에서 직선제로의 전환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 김병원 전 회장도 당선무효형은 아니지만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것을 비롯해 중앙회장 선거 때마다 불법 시비로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아울러 농업계에서는 '체육관 선거', '깜깜이 선거'로 불리는 현행 간선제 방식의 중앙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번 선거 후보들도 공약을 통해 이 같은 개선 방향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새 회장은 농협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절차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 회장은 경기 성남 출신으로 농협 수장 가운데 첫 수도권 출신이다. 1971년에 경기 성남 낙생농협에 입사해 1997년까지 이곳의 상무와 전무까지 올랐다. 올해로 50년 가까이 농협에서 일한 셈이다.

또 1998~2008년 낙생농협 조합장을 내리 세 번 지냈고, 2003년부터 2010년까지는 농협중앙회 이사를 맡아 중앙회 업무에도 능통하다. 이 외에 농협보험최고전략위원회 위원,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운영협의회 위원 등도 역임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는 요직으로 꼽히는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 당선자는 2016년 제23대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1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결선에서 김병원 전 회장에 역전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