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성과에 일희일비 말라. 중장기 투자 계획 흔들림없이 추진하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주말 전자 관계사 사장단을 긴급 소집하고 ‘위기경영’을 본격화했다.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검찰 수사가 고강도로 진행되고 실적의 70%이상을 점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설상가상 미중 무역전쟁으로 5대 거래처인 화웨이까지 거래중단 위기에 몰리는 등 총체적 난국에 휩싸이자 직접 위기관리에 나선 것이다.
이 부회장은 위기일수록 과감한 투자를 강력 주문하며 총수 리더십의 고삐를 당겼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DS(반도체 등 디바이스 솔루션)ㆍ디스플레이 경영진을 긴급 소집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관련 기사 3면 이날 회의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 LSI사업부장(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했다.
4시간 가량 진행된 회의에서 이 부회장은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된다”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초격차를 강조했다.
특히 “지난 50년간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며 “경제활성화를 위한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그리고 시스템반도체 분야 133조원 투자 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한 부친 이건희 회장이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하고 힘을 모으면 정상을 밟을 수 있지만, 자칫 방심하면 순식간에 산 아래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신수종 사업을 만들고 고객과 사회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얻을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부회장은 작년 2월 경영복귀 이후 올해 5월까지 총 12회 해외출장을 다니며 그동안 끊긴 해외 네트워크 복원과 글로벌 인공지능(AI)센터 7개 구축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써왔다. 작년 8월에는 3년간 180조원 투자ㆍ4만명 채용을 골자로 한 경제활성화 계획을 발표했으며, 올해 4월에는 총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이 부회장은 또 작년 2월 집행유예 출소 직후 “1년 동안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더 세심하게 살피고 열심히 하겠다”고 밝힌 이래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와 중소기업과 함께 발전해야 지속가능하다는 상생철학도 주요 사업에 반영해왔다.
그러나 대내외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재계에서는 삼성이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핵심 사업과 중장기 투자를 직접 챙기면서 ‘스피드 경영’과 ‘위기경영’으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다.
삼성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주말에 회의를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삼성 내부에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본다”며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오너 경영인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모습이 재계 전반에 자극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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