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누진세율…기업승계 부담으로 작용 주요국과 다르게 세율 인하 없고 공제 미흡 과세표준 100억 때 45.4억원 세금으로 내야 할증률 인하·까다로운 사전 요건도 손질을
기업승계는 단순한 부의 이전이 아니라 기업을 존속하는 것으로 일자리를 유지하고, 그간 쌓은 경험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주식으로 직계비속에게 기업승계를 할 경우 실제 상속세 부담은 한국이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당연히 경영권 매각 사례가 발생할 수 있고, 기업의 해외이전 등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벨기에(80%), 프랑스(60%),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여기에 최대 30%의 주식 할증이 붙으면 실제 부담하는 상속세 최고세율은 65%에 이른다. 사실상 OECD 국가 중 1위다. 일률적으로 주식 할증 평가를 적용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직계비속에서 기업을 승계하면 셈법은 더 복잡해진다. 대다수 OECD 국가는 상속세율 인하나 큰 폭의 공제 혜택을 부여하지만 한국은 별도 세율 인하가 없다. 200억~500억원의 공제 상한이 있어 공제 혜택을 받는 사례도 매우 적다.
상속세의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은 같지만 과세방식과 공제제도가 다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6조를 살펴보면 과세표준 30억원 초과의 세율은 50%, 누진 공제액은 4억6000만원이다. 과세표준은 총상속액에서 공제할 모든 액수를 다 뺀 값이다. 예컨대 과세표준 100억원에서 세율 50%를 적용하고 누진공제액을 빼면 상속세 과세액은 45억4000만원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1996년까지 40%로 유지되다가 1997년 45%로, 2000년 50%로 상승했다. 반면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구간은 1997년 ‘50억원 초과’에서 2000년 ‘30억원 초과’로 하락하면서 기업의 부담을 키웠다.
문제는 세율 인하는 물론 큰 폭의 공제 및 감면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OECD 35개국 가운데 17개국이 직계비속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이 없다. 나머지 18개국 중 10개국은 직계비속 기업승계 시 명목세율보다 낮게 설정됐다.
직계비속 기업승계 때 세율은 같지만 공제 혜택을 주는 대표적인 국가로는 영국(40%→20%), 스페인(34%→1.7%), 아일랜드(33%→3.3%)가 꼽힌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는 세율 인하 외에도 큰 폭의 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2016년 기준 국내 가업상속공제 제도 이용 건수는 76건, 공제금액은 3200억원이었다. 독일의 연평균 이용 건수인 1만7000건(약 55조원)에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자산 5000억원 이하 중소기업과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또 사전ㆍ사후 요건과 가업상속공제 상한이 까다로워 가업상속공제가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상속세가 늘면서 세수입 현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상속ㆍ증여세 수입은 지난 2016년 5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2조8000억원을 기록한 2007년보다 90%나 늘어난 규모다. 같은해 상속ㆍ증여세 수입은 총 세수 대비 1.24%로, GDP 대비 0.33%였다.
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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