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先입법 입장 뒤집기 최저임금·탄력근로제 이어 노동계 입장 수용 논란 예고 경영계 “대체근로 등 인정을”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에 대해 사실상의 ‘선비준 후입법’을 추진키로 한 것을 두고 최저임금 개편, 탄력근로 확대 추진에 이은 또 하나의 친노동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올해 9월부터 열리는 정기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하고 이와 동시에 관련법 개정과 제도개선 논의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비준과 입법을 동시에 ‘투 트랙’으로 진행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발언은 그간 노조법 등 관련법과 제도 개선을 마무리하고 국회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이른바 ‘선입법 후비준’에서 전격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경영계의 반발 등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경영계는 국제기준에 맞게 노조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논리라면 대체근로 허용, 직장 점거 금지 등 사용자의 대항권도 다른 나라처럼 인정해야 하며 사용자의 권한도 논의 테이블에 함께 올려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재 한국 상황에는 시기상조”라며 “친노동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경영계에게도 별도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쟁의행위 찬반투표 유효기간 등 도입,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 등이 그것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한발 더 나가 즉각적인 비준을 촉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 시민단체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ILO 핵심협약 즉각 비준을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계의 국제기준 위반 노조법이 협약비준의 선결조건처럼 호도되고 있다”며 “6월 ILO 총회 이전에 아무런 조건 없이 ILO 핵심협약이 비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ILO 핵심협약 미비준이 유럽연합(EU)의 무역제재로 이어질 것인지를 놓고도 노동계의 경영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고려대 노동대학원·노동문제연구소가 최근 주최한 ‘2019 한국노동사회포럼’에서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미얀마가 ILO 조사위원회 권고를 수용하지 않아 ILO 총회 제재를 받았다”며 “한·EU FTA 위반시 경제적 제재가 없다는 경영계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가 계속 미비준 상태에 있다면 EU 집행위가 전문가패널을 소집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며 “유럽의회 선거가 끝난 뒤 착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특히 EU의 무역제재 가능성에도 “보복조치로 우리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은 한-EU FTA 협정문에 대한 법적, 논리적 기본구조에 대한 근거가 미약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유럽연합(EU) FTA에 근거한 제재를 우려해 서두른다고 하지만 제재는 분명하지 않고, ILO 핵심협약은 권고사항일 뿐”이라며 “단순히 여기에 매몰돼 비준을 서두르는 게 적절한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대우ㆍ정경수 기자/de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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