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완책 지지부진에 속타는 기업들 - 고소ㆍ고발 난무…범법자 속출 우려 - 탄력근로제 연장 입법화 국회서 공전 - 가이드라인 없어 임단협 준비도 차질 - 중기는 잔업 못해 수당 수십만원 줄어 - 퇴사자도 증가…구인난 가중에 ‘한숨’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주52시간 근로제 처벌 유예 기간이 이달 말로 종료되면서 경영계에선 고소ㆍ고발 난무, 범법자 속출,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4월부터 300인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로제가 엄격히 시행되면 전체 임금 근로자의 14%에 해당하는 277만명이 대상이 된다.

주52시간 근무제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돼왔지만 근로시간 제도 위반 기업들에 대한 처벌은 그동안 두차례 연기된 바 있다.

앞으로 탄력근로시간제(이하 탄력근로제)를 도입키로 한 사업장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입법 전까지 처벌이 유예되지만, 그외 근로시간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4월부터 본격화된다.

이미 고용노동부는 이달 초 장시간 근로감독계획을 수립해 철저한 조사 감독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 경영계는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데 합의했지만, 국회 입법화가 난항을 겪으면서 법적 가이드라인 부재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은 “계도기간이 종료되면 정부가 단속 처벌에 나서게 돼 고소ㆍ고발이 많아질 수 있다”면서 “탄력근로제 기간 연장 입법화가 늦어지면 임금보전까지 검토해야 하는 임단협 준비도 늦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시간 집중근로가 필요한 산업계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석유ㆍ화학ㆍ철강은 대정비와 장기 보수작업, 조선업은 시운전, 건설업은 기상악화에 따른 공기 지연, 인력대체가 불가능한 방송ㆍ영화제작업은 장시간 촬영이 불가피하지만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사업주들이 언제든지 범법자가 될 가능성에 노출된다.

경쟁력이 핵심인 IT, 전자, 바이오, 제약, 게임업계 등은 ‘일할 권리’를 주장한다.

신제품 개발과 연구개발 프로젝트 마감이 임박하면 장기간 야근은 필수인데 한달을 기본으로 돌아가는 선택근로제로는 주52시간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쉴 권리와 함께 일할 권리도 동등하게 보장받아야 한다”며 “미국 애플ㆍ구글 등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1년으로 밤샘 근무해서 세계 최초 제품과 혁신기술을 내놓는데 한국 IT업계는 일할 시간을 획일적으로 재단해서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단기 프로젝트에 투입하기 위해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고 싶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관리자급 전문인력 구인난은 더 극심해졌다”고 전했다.

노사관계 악화도 우려된다.

한 대기업 임원은 “탄력근로제 도입 요건에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가 전제돼 있는데 강성노조의 경우 합의 도출이 아예 안될 수 있다”며 “노조의 임금보전 요구, 생산성 향상 관련 노사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더 심각하다.

금형업체 관계자는 “주52시간 시행 이후 잔업을 못하게 돼 임금이 30만원 가량 줄었다”며 “수입이 줄어드니 퇴사하는 직원도 많아졌는데 인원 충원이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중소기업 인력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주52시간 이후 구인난은 더 가중됐다”며 “주문이 밀려도 초과근무를 못해 납기를 못 맞출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린 30대 중소기업 근로자는 “내년부터 회사가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야 하는데 청천벽력같다”며 “기본급이 200만원도 안되는데 잔업ㆍ특근을 제한한다니 4대 의무 중 노동의 의무가 있는 나라에서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렇지 않아도 젊은 사람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데 앞으로 더 기피 대상이 될 것”이라며 “모든 중소기업이 인원보충 때문에 인건비가 더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시 평균 6.1명의 인력이 부족하고 근로자 임금은 월 평균 27만1000원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탄력근로시간 단위기간 연장관련 입법이 최대한 빠르게 완료돼야 한다”며 “한국도 산업화시대의 획일적이고 규제 위주의 근로시간 정책에서 벗어나 개인 창의성을 존중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근로시간 제도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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