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관투자자 대표와 증권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열린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관투자자 대표와 증권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열린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자금 규모 10년전 수준 못미쳐 증권가 “5000억은 어떻게 나온건지…” 김동연 부총리 “패닉까지는 아니다”

“정부가 자본시장에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29일 금융당국이 증시 안정 대책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지수가 22개월만에 2000선을 힘없이 내주고 코스닥 지수 역시 5% 이상 급락하자, 한 자산운용사의 주식 투자 담당 임원이 내뱉은 탄식이다. 시장에서는 이날 금융 당국의 안일한 상황인식과 어설픈 대처가 오히려 주가 폭락을 불러 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강했다.

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국내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한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올해 2000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던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 규모를 올해 3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시장상황에 따라 최소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성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투자함으로써 증시 안정판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607억원 순매도하며 증시를 빠져나갔다. 개인투자자들도 코스피 시장에서 4880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3065억원 각각 순매도하며 실망매물을 쏟아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책, 특히 자본시장 안정화 기금 규모가 최근 국내 증시 수급 상황을 볼 때 적절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하루 주식 거래 규모만 1조원을 웃돌고 있다. 여기다 외국인이 올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한 주식 규모가 6조7000억원에 달하고, 10월 들어서만 4조7000억원을 순수하게 팔아치웠다. 이러한 매도세를 막기엔 턱없이 부족한 기금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금융당국의 대처는 10년 전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에 이미 투자가 결정됐던 코스닥스케일업펀드 2000억원을 제외하면 이번에 신규로 투입되는 자금은 3000억원 수준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금융당국은 코스피 지수가 1000선이 붕괴되자 5000억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를 조성했고, 그보다 앞선 2003년에도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 투입했다. 10년 동안 커진 국내 주식시장의 규모를 감안할 때 10년전 보다 적은 자금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클 수 밖에 없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증권사ㆍ자산운용사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한 금융투자업계 인사는 “5000억원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결정됐는지, 어떤 방법으로 누구로부터 자금을 조달할지에 대한 지침이 아직 당국으로부터 전달된 바 없다”고 전했다.

증시 안정 자금 규모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5000억원이라는 숫자는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 증권 유관기관의 현금 상황을 고려해 산출한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자금의 규모가 증시의 불을 끄기에 충분한지 여부를 따지기 보다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을 끌어모아 결정됐다는 얘기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안이한 상황인식이 어설픈 대책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증시 패닉의 우려가 있다”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패닉까지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주식시장을 24시간 점검체계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변동성 확대 시 금융시장과 관련된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비상계획)을 나름 갖고 있으니 상황을 보겠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의 위기 상황을 ‘주의’, ‘경계’, ‘심각’ 등 3단계로, 위기 이전 상황은 ‘정상’과 ‘ 관심’ 등 2단계로 분류해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시 위기 상황에 대해 오전에는 ‘정상’이라고 답했다가 오후에 ‘관심’으로 정정하는 등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위기 상황의 단계 판단은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지수(VIX), 외환시장과 자금 시장의 상황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내부 기준이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기준이 충족됐을 때 위기상황으로 규정하는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