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ㆍ고용 등 통큰 보따리 준비해야하는데 정부와 시각차 - 반도체ㆍAI 등 주력업종 가시적 고용창출과 연결 안돼 고심 - 재계 “기업 규모 감안하면 투자 등 주요기업 합친 것보다 클 것” - 전문가 “‘포스트 반도체’ 선제투자로 기술 생태계 확장 앞장서야”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인도 휴대폰 공장 준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전격 회동하는 가운데 삼성전자 총수로서의 공식 일정을 시작하는 이 부회장이 향후 내놓을 투자 및 고용 활성화 청사진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분기 15조원을 벌어들이는 기업 규모를 감안해 투자나 고용이 대규모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의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등 주력사업이 가시적인 고용창출과는 거리가 있는 지식집약적인 산업이어서 삼성 내부에서는 정부와의 시각차를 좁힐 수 있는 경제활성화 방안을 찾는데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톤급 고용ㆍ투자 청사진 나올까=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도 회동은 현 정부가 경제활성화나 경제살리기에 무게중심을 두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며 “이에 대한 화답으로 삼성도 대규모 투자나 고용창출 계획을 준비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대기업들이 내놓은 투자나 채용규모를 합친 것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현대차, SK, LG 등 주요 기업들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현장소통 간담회를 가진 후 대규모 투자 및 채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하반기 공채다.
업계는 통상 9월 시작하는 하반기 공채에서 삼성이 채용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말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인력(4만9000여명)은 반도체 호황과 맞물려 전년보다 4800명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삼성전자의 채용규모 역시 작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투자와 관련해서는 올해 투자액을 작년보다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작년에 전년의 두배 수준인 43조4000억원 투자를 단행했다”며 “올해 투자규모는 삼성전자가 이보다 적을 것이라고 공언해온 바, 더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총 설비투자액은 8조6457억원으로 1년전(9조8199억원)보다 13.5% 줄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향후 5년이나 3년 등 중장기 투자 및 고용 청사진을 내놓을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또 지난 4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 8000여명을 직접 고용한 것처럼 보다 전향적이고 진보적인 방식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정부와의 시각차는 고심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나 전장, AI 등 미래 성장동력 투자가 우선인 반면, 정부는 당장 청년실업 해소 등 일자리 창출이 ‘발등의 불’이다.
반도체 등 삼성의 주력업종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고용창출 효과가 낮다. 반도체 초호황에도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반도체 산업은 매출이 10억원 발생해도 취업자 수는 단 3.6명 증가에 그친다. 평균 취업유발계수 12.9명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에 변화를 주면서 삼성에 제스처를 취한 만큼 삼성도 화답에 적잖은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번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도 회동을 계기로 삼성은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신사업 투자나 M&A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스트 반도체’ 위한 선제투자 앞장서야”= 전문가들은 삼성만이 할 수 있는 ‘포스트 반도체’ 육성 등 산업구조조정과 연관된 투자와 고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금융IT학)는 “반도체나 단순조립 부문에서 고용창출을 위해 투자를 하면 인건비가 막대해져 글로벌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며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지식집약적인 산업의 연구개발(R&D)이나 계열사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를 축소하라고 압박하고 있어 사실상 새로운 투자가 힘들다는 점”이라며 “이 부분에서 공정위와 조율되면 국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최근 문 대통령이 정부부처에 기업과 소통을 강화하라고 주문한 점이 바로 이런 부분에서 해답을 찾으라는 의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실책도 지적했다.
오 교수는 “정부가 연구개발과 관련한 투자 세액공제를 축소해 R&D 투자를 해외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같은 정책적 역행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철강, 조선, 건설, 디스플레이 등 많은 분야가 중국에 쫓기거나 이미 추월당했다”면서 “이제 반도체 하나 남았는데 삼성 정도의 기업이 ‘포스트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기술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를 위해 “삼성은 스타트업(신생기업)을 많이 인수합병(M&A)해 디바이스에 넣을 기술을 사고, 다시 새로운 스타트업들을 양성해 새 기술을 개발하도록 하는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며 “이는 실리콘밸리가 성장해온 방식으로, 기술 탈취라든가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che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