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허 1년’…본지기자 가보니 기능시험에 ‘T자 코스’ 등 부활 운전면허 시험 난이도 높아져 탈락자 줄줄이…탄식·환호 희비 경력 15년 응시자 3修만에 합격

“25호차, 점수 미달, 불합격입니다. 23호차, 주차위반 불합격입니다. 20호차, 합격입니다. 축하합니다.”

19일 오후 1시. 서울서부운전면허시험장. 탈락자가 줄 잇는 가운데 합격자가 드디어 나왔다. 2011년 운전면허시험을 간소화 한 이후 교통사고가 급증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시험 난이도가 높아진 지 1년이 됐다. 50m를 가기만 하면 합격하던 유명무실한 기능시험에 ‘T자 코스(직각주차)’ 등을 부활시키는 등 난이도를 한층 높였다.

기자가 운전면허를 딴지 7년 만에 기능 시험에 재도전해 봤다. 난이도가 낮아지기 전 ‘T자 코스’, ‘S자 코스’ 등을 포함해 1종보통(수동)으로 땄던 만큼 자신있었다.

기자가 운전면허를 딴지 7년 만에 기능 시험에 재도전, 시험용 차량에 오르고 있다.
[제공=서울서부면허시험장]
기자가 운전면허를 딴지 7년 만에 기능 시험에 재도전, 시험용 차량에 오르고 있다. [제공=서울서부면허시험장]

형광연두색 ‘안전’ 조끼를 입고 시험에 앞서 20분 가량 동영상 시청을 했다. 전반적인 코스 설명이 이어졌다. 컴퓨터 안내 음성에 따라 깜빡이, 전조등, 와이퍼 등을 조작해야 한다. 설명이 끝나기 전에 기기를 조작하면 감점이다. 그때는 몰랐다. 이게 복선이 될지.

코스 설명이 끝나고 시험장 가운데 있는데 대기실로 이동했다. 감독관이 응시자를 호명하면 지정된 차량에 탑승해 시험을 시작하는 시스템이다.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운전경력이 20년 넘었다는 윤기현(46ㆍ가명) 씨는 “전에 몰던 차가 2종 수동이라서 선택했다. 연습을 하나도 못해 자신 없다”고 말했다. 윤 씨의 시험이 시작됐다. 잘 가는 듯 하다 직각주차 구간에서 후진기어를 제대로 못 넣고 버벅댔다. 기기조작(와이퍼 작동)과 속도미달로 감점이 추가됐고 최종 불합격했다.

뒤이어 1종수동을 응시한 노일섭(51) 씨. 운전으로 밥을 벌어 먹고 산지 15년이 됐다고 했다. 노 씨는 코스를 끝내고 소감을 묻는 질문에 “기능 시험에 3수 끝에 합격했다”고 실토했다.

2종자동으로 시험을 친 최지연(20ㆍ여) 씨는 두 번째 불합격의 쓴 잔을 마셨다. 최 씨는 “학원에서 일주일 연습했는데 잘 안됐어요. 저번엔 직각주차에서 떨어졌는데 오늘은 코너에서 선을 밟아서 떨어졌어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쉬울 때 땄어야 했는데….”

이날 1시 시험자 25명 중 합격자는 9명에 불과했다. 합격 방송이 나왔다. 차량에서 내리는 김소연(19) 양은 엉덩이춤을 췄다. 합격도장이 찍힌 응시원서를 받으러 뛰어가는 김 양을 붙잡고 합격 비결을 물었다.

김 양은 “이번에 수능 치고 바로 운전면허 따러 왔어요. 연습은 한 일주일했나? 이주일정도 했던 것 같아요. 이번이 첫 기능 시험이었는데 바로 합격했어요. 감점은 하나도 안 됐고요. 불면허라고 해도 엄청 어려운 건 아니니 겁 먹지 말고, 잘 볼 수 있을 거에요”라고 격려(?)까지 해줬다.

김 양에 응원에 힘을 얻었다. 곧 기자의 차례가 왔다. 1종수동 면허 소지자라는 점을 스스로 되뇌였다. 감독관이 무슨 차량으로 시험을 볼 거냐고 물었다. 소심하게 2종자동으로 보겠다고 했다. 이제와서 떨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험용 차량에 올랐다. 와이퍼를 켜라는 지시, 깜빡이를 조작하라는 지시가 나왔다. 음성에 따라 지시를 이행했다. “감점입니다” 라는 음성이 나왔다. 멘붕이 왔다. 지시음성이 끝날 때 까지 기다렸다가 조작해야 했는데 너무 성급했다. 이후 코스를 따라 직각 주차에 들어갔다. 평소 운전하던 감을 믿고 갔다. 결과는? 상상에 맡기겠다.

김진원 기자/


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