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배정 유보, 예비비 편성 文정부 노동정책 방향과 달라 중앙銀 독립성 침해 논란 예상
기획재정부가 한국은행에 성과연봉제를 확대해야 올해 인건비 상승분을 지급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침해 논란이 예상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올해 직원 인건비 예산을 예비비(예산 외 지출) 형태로 배정받았다. 기획재정부가 사전 예산 승인 과정에서 한은의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실패를 이유로 인건비 명목 지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현행 한국은행법에서 급여성 경비 예산은 반드시 기재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재부는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나 시기를 조건으로 예비비를 인건비 예산로 전환해주겠다는 지침을 한은에 전달했다. 한은의 올해 인건비는 2.5% 인상될 예정이었는데, 6월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2.5% 인상분까지 전환해주고, 연말까지 도입하면 2.0% 인상분까지만 전환해준다는 조건이다. 연내 성과연봉제 도입에 실패할 경우 인상분을 반납하라는 요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를 조건으로 인건비 예산을 예비비 형태로 받은 것은 맞다. 인건비로 배정하지 못했다”면서 “올해처럼 (임금체계 관련) 조건을 달아 예산을 승인한 것은 예년엔 없었던 특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부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9개 금융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독립 기관이지만 공적 업무를 하는 금융감독원과 한은에서도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논의했다. 금감원은 노사합의를 거쳐 내년부터 성과연봉제를 확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은은 현재 3급 팀장ㆍ반장급 이상에만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4급 과장급과 5급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직원 반발에 부딪혀 결정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성과연봉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도 성과연봉제 미이행기관에 대한 벌칙(penalty)를 없앨 방침이다. 기재부가 한은과 예비비 등의 문제를 재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한은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문제를 정부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협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직원은 “기재부가 예산을 갖고 중앙은행의 목줄을 쥐는 것은 명백한 독립성 침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통화정책을 공정하게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급여 예산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기재부가 자본확충펀드 도입 등 정부 요구 수용 여부에 따라 ‘한은 흔들기’를 해왔을 우려도 나온다.
강승연 기자/
sp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