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기 항공업계 재편 키맨 역할
금융지원 아닌 ‘지분 매입’으로 구심점 기능
산은 지분 향방에 한진칼 경영권 달려 주목
통합대한항공 출범 후에도 산은 지분 보유 전망
[헤럴드경제=서상혁 기자]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의 ‘지분 쟁탈전’이 다시 불붙은 가운데, 1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산업은행의 존재감도 한층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위기에 놓인 국내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 한진칼 지분을 인수했던 산업은행이 다시 한번 항공산업의 향방을 좌우할 변곡점에 서게 된 것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은 지난 2020년 11월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했다. 5000억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3000억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 자금으로 한진칼은 약 2조5000억원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은 끌어온 자금을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하는 흐름이었다.
코로나19 당시 ‘구원투수’ 된 산업은행…국내 항공산업 개편 ‘키맨’으로
산업은행의 한진칼 8000억원 투입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여행 수요가 급격히 꺾이면서 국내 항공업계가 극심한 경영난에 빠진 데 따른 것이다.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황에서 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지자 추가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우려가 정부·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항공사를 통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단일 국적항공사를 출범시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수익성을 개선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두 항공사 산하에 있던 저비용항공사(LCC)를 포함해 항공산업 전반의 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정부의 이 같은 구상을 실행할 구원투수로 산업은행이 나선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산업은행이 통상적인 금융 지원이 아닌 ‘지분 투자’를 택했다는 점이다. 운전자금 대출이 일시적인 유동성 지원에 그치는 반면, 직접 주주로 참여하면 경영에 관여해 항공산업 재편이라는 정책적 목표의 이행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당시 산은은 “산은이 한진칼의 직접 주주로서 참여하여 구조 개편 작업의 성공적 이행 지원과 건전, 윤리 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0% 지분 쥔 산업은행, 또 다시 변곡점에…당장 지분 처분 가능성은 낮아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최대주주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자, 과거 항공산업 재편 과정에서 ‘키맨’ 역할을 했던 산업은행의 행보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원태 한진칼 회장은 전날(2일) 한진칼 지분 0.48%포인트(p) 인수 계획을 밝혔다. 지분 매입이 완료되면 조 회장과 우호 세력 등의 합산 지분은 종전 20.57%에서 21.05%로 상승한다.
앞서 호반그룹이 한진칼 주식 추가 매입으로 조 회장과 우호세력의 합산 지분을 소폭 넘어섰다는 본지 보도에 따른 것이다.
시장에선 델타항공 등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조 회장의 우호세력을 감안하면 당장 경영권 구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10.58%의 지분을 쥔 산업은행의 행보에는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의 포지션에 있는 산업은행이 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대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연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통합이 완료되면 형식적으로나마 항공산업 재편이 완료된 만큼, 그간 업계에선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처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다만 두 항공사의 통합이 완료돼도 산업은행이 당장 한진칼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분을 어느 쪽에 매각하던 특정 주주의 손을 들어줬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항공산업 구조개편이라는 산업은행의 진정성까지 흠집이 날 수 있는 데다, 통합 항공사와 LCC 구조개편 이후 상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 정부 관계자는 “굳이 산업은행이 논란의 중심에 설 필요는 없다”며 “당장 지분 처리 방향을 결정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20년 한진칼 지분 인수 당시 ‘조원태 회장 경영권 보호’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책금융기관으로서 국가기간산업의 근본적 개편 작업이 갖는 의의와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며 부인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전날 호반그룹의 추가 매입에 따른 한진칼 지분 처리 계획에 대해서도 “항공산업 구조개편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hy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