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1.12달러 아래까지 하락한 유로화
佛 국채 불안에 투자자들, 獨 국채로 이동
佛-獨 10년물 금리차 1.27%포인트까지
채권시장 불안이 환율까지 위협…추가 하락 경고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프랑스 국채 가격 하락이 유로의 위상까지 흔들고 있다. 독일과 함께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지역)을 이끌었던 프랑스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유로화가 17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직 유럽 경제를 뒷받침하는 독일과 최근 국채 금리 급등으로 불안을 드러낸 프랑스 간 국채 금리차가 더 벌어질 경우, 유로화가 달러당 1.10달러선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유로화는 10일(현지시간) 기준 1유로당 1.12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17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4%를 넘어선 하락폭이다. 파운드화와 스위스프랑, 엔화에 대해서도 일제히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
유로화 약세의 원인은 최근 국채 금리가 급등한 프랑스가 유로화에 불안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프랑스 국채를 팔고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독일 국채로 이동하면서 양국 간 국채 금리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 국채를 보유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독일 국채보다 요구하는 추가 금리는 2010~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이날 프랑스와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 차이는 1.27%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2일에는 1.55%포인트까지 벌어지며 2011년 11월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 기록한 1.81%포인트에 근접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이 같은 시장 불안의 배경에는 프랑스의 재정·정치 불안이 있다. 프랑스 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고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국가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2027년도 예산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지만, 의회가 극도로 분열돼 있어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다음해 프랑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극우 후보 마린 르펜의 돌풍 등으로 정국 불안이 악화한 데다, 대선 국면에서 포퓰리즘 공약도 남발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한 것도 프랑스 채권시장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최근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등도 유럽 21개국으로 이뤄진 유로존의 경기를 위협하고 있다. 로이터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커지고 있는 데다 국채 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까지 커지고 있다”라며 “유로화 약세가 더 심화할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은 물가 안정과 채권시장 안정 사이에서 딜레마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채권시장의 불안은 환율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보고서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국채 금리차가 10bp 더 벌어질 때마다 유로·달러 환율이 0.4%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평상시에는 국채 금리차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지만 극심한 스트레스 국면에서는 영향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라며 “금리차는 평소에는 환율에 중요하지 않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유일하게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킷 주크스 수석 외환전략가는 유로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판단에 대해 “조금이라도 취약하다고 인식되는 자산에서 더 큰 폭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유로화 매도세도 점차 속도가 붙고 있다”라며 “여름 내내 유로·달러 환율을 주요 지지선 위에 붙들어뒀던 요인들은 이제 사라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이 앞서 에너지 충격을 단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고, 미국이 달러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을 반영했던 점 등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아문디자산운용의 안드레아스 쾨니히 글로벌 외환 책임자는 “유로·달러 환율은 통상 달러 쪽 요인의 영향을 더 많이 받지만, 이번에는 유럽발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금리 격차 확대가 유로화 약세로 번지면서, 시장은 유럽 정책당국의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ECB는 특정 국가의 금융여건이 과도하게 긴축될 경우 해당 국가의 국채를 사실상 제한 없이 매입할 수 있는 ‘통화정책 파급경로 보호수단(TPI)’을 발동할 수 있다.
스티븐 젠 유리존 SLJ 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럽의 재정 불안 전염 위험을 억제하지 못한다면 유로화가 이미 다소 저평가돼 있음에도 유로·달러 환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