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85m 목조빌딩 미에스토르네트
철근 대신 집성목 기둥·보로 하중 지탱
건설 탄소 줄이려 유럽서 목재 활용 확산
스톡홀름엔 주택 2000가구 ‘목조도시’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유럽의 친환경 고집이 앤디 그리피스의 베스트셀러 아동 서적 ‘13층 나무집’을 현실로 만들었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북쪽으로 약 140㎞ 떨어진 작은 도시 브루문달. 미에사 호숫가에 주변 건물들을 압도하는 18층짜리 고층건물이 서 있다. 겉모습만 보면 여느 빌딩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건물을 떠받치는 주요 구조물은 철근과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다.
노르웨이에 들어선 ‘18층 나무집’은 높이 85.4m의 ‘미에스토르네트(Mjøstårnet)’다. 아파트와 사무실, 호텔, 식당 등이 들어선 이 건물은 2019년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더 높은 목조 건물이 등장했지만 철골이나 콘크리트 코어 없이 목재를 주요 구조재로 활용한 대표적인 고층 목조건축물로 꼽힌다.
최근 가디언은 미에스토르네트를 소개하며 콘크리트와 철강에 의존해온 현대 도시를 목재로 지을 수 있을지를 집중 조명했다.
미에스토르네트의 핵심은 일반 목재가 아닌 ‘매스팀버(mass timber·대형 공학목재)’다. 얇게 가공한 목재를 접착해 하나의 거대한 구조재로 만드는 집성목(glulam)과 목재 판을 여러 겹 교차해 붙이는 CLT(구조용 집성판) 등이 사용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에스토르네트의 거대한 집성목 기둥과 보, 트러스는 인근 공장에서 ㎜ 단위로 정밀 가공된 뒤 건설 현장으로 옮겨져 조립됐다. 목재로 거대한 ‘부품’을 만들어 현장에서 맞춰 올리는 방식이다.
개발업자 아르투르 부카르트가 처음 구상했을 당시에도 목표는 분명했다. 그는 “높이가 중요했다”며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신호가 돼야 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목조 고층건물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건설산업의 탄소배출 때문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건물의 건설과 냉난방·조명 등을 포함한 건축 환경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37%를 차지한다. 특히 콘크리트 제조만으로 전체 배출량의 7~8%가 발생한다. 콘크리트의 핵심 재료인 시멘트를 생산하려면 석회석을 고온으로 가열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제조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목재는 정반대의 특성을 갖는다. 나무는 성장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이를 내부에 저장한다. 벌목한 나무를 건축재로 사용해도 탄소는 목재 내부에 계속 남아 있게 된다.
가디언은 일반적인 중층 건물을 철강과 콘크리트로 지을 경우 건설 과정에서 약 1500~2000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반면 목재로 건설하면 건물 자체에 600~1000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에스토르네트가 모든 콘크리트를 없앤 것은 아니다. 목재 건물은 철근·콘크리트 건물보다 가벼워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바람에 따른 흔들림이 커질 수 있다. 미에스토르네트 역시 상층부의 흔들림을 줄이기 위해 일부 바닥에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화재 문제 역시 목조건축물이 넘어야 할 벽이다. 다만 대형 공학목재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얇은 목재와 다르다. 두꺼운 목재가 불에 노출되면 표면에 탄화층이 형성돼 내부로 불이 번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고, 이를 계산해 구조물의 두께와 방화 설계를 결정한다.
이 같은 기술 발전에 힘입어 목조건축 실험은 단일 고층빌딩을 넘어 도시 단위로 확대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남부 시클라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목조 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표방한 ‘스톡홀름 우드시티(Stockholm Wood City)’가 건설되고 있다. 스웨덴 부동산 개발업체 아트리움 융베리는 2024년 공사에 착수했다.
계획대로 완성되면 약 2000가구의 주택과 7000개의 일자리를 수용하는 업무·주거 공간이 목조 건물을 중심으로 들어선다. 첫 번째 주거 건물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시작됐다.
목조건축이 기존 건축방식을 당장 대체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비용이다. 미에스토르네트 건설에는 약 1억파운드가 투입됐다. 가디언은 같은 규모의 건물을 철강과 콘크리트로 지었다면 1000만~1500만파운드가량 저렴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목재 수요가 급증할 경우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가 가능하냐는 문제도 남는다. 건축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더라도 무분별한 벌목으로 산림의 탄소흡수 능력을 떨어뜨린다면 환경적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럽에서 목재를 고층·대형 건축물에 활용하려는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목재가 주택의 마감재나 저층 건물의 재료라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철강과 콘크리트의 사용량 자체를 줄일 수 있는 구조재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에스토르네트의 구조설계를 맡았던 루네 아브라함센은 1990년대 대학에 다닐 당시 대부분의 학생들이 콘크리트와 철강, 알루미늄 구조를 연구했고 목재를 연구하는 사람은 극소수였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그가 설계한 18층 건물은 미에사 호숫가에 서 있다. 부카르트는 콘크리트와 철강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철과 콘크리트로 상징되던 현대 도시의 재료가 다시 나무로 돌아갈 수 있을지 유럽의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