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간송미술관 ‘겸재 정선-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
국보·보물 포함 역대 최대 규모 특별전
‘경교명승첩’·‘해악전신첩’ 등 최초 공개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조선 후기 ‘진경산수’를 창안한 겸재 정선의 작품 200여 점을 한데 모은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가 열린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겸재 정선 탄신 350주년을 맞아 특별전 ‘겸재 정선-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를 오는 16일부터 12월 27일까지 개최한다. 간송미술문화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이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두 재단의 소장품을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과 개인 소장가들의 작품 216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작품 중에는 국보 1점, 보물 71점이 포함됐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소장품 중 128점을 출품했다. ‘경교명승첩’(보물), ‘해악전신첩’(보물), ‘소상팔경도첩’, ‘관동팔경도’에 수록된 회화 전면을 최초 공개하며, ‘풍악내산총람’(보물), ‘청풍계’(보물), ‘여산초당’(보물) 등도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공도시품첩’, 왜관수도원 ‘겸재정선화첩’, ‘달성원조도’ 등도 함께 소개된다.
‘경교명승첩’ 중에는 50대 초반 북악산 아래 유란동에서 생활하던 모습을 그린 자화상 ‘독서여가’와 ‘경교명승첩’이 만들어진 배경을 기록한 ‘시화환상관’, 평생의 벗이었던 시인 이병연과 시화를 주고받은 순간을 담은 ‘촉재제시’ 등이 공개된다.
‘청풍계’는 겸재와 장동 김씨 집안의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왕산 동쪽 기슭에 있는 청풍계는 병자호란 때 순절한 김상용이 고조부의 집터에 조성한 별장으로, 이후 장동 김씨 집안이 대대로 거주했다. 김상용의 증손자인 김창흡은 정선의 스승이었으며, 두 사람의 고조부는 인왕산 일대에서 이웃하고 지내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명문가였던 정선의 집안이 어려워졌을 때도 스승과 그의 집안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선이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로 성장하는 데에 장동 김씨 집안은 큰 역할을 했다.
국보 ‘금강전도’(개인 소장)는 겸재 정선이 평생 가장 즐겨 그린 금강산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겨울의 금강산인 개골산을 높은 시점에서 내려다보는 전도 형식으로 수많은 봉우리와 계곡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풍악내산총람’은 가을 금강산의 풍경을 세밀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40곳이 넘는 장소에 일일이 이름을 적어 최대한 많은 명승과 명소를 보여주려 했다.
겸재 정선(1676~1759)은 ‘진경산수’를 창안해 우리 산수를 고유의 화법으로 표현한 조선의 대가이다. 문화유산을 통해 민족적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던 간송 전형필 선생은 겸재의 작품을 대거 수집했고,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정선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기관이다.
겸재 정선은 한양 장동(현 효자동·청운동 일대)의 가난한 양반집에 태어나 84세로 생을 마칠 때까지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진경산수’는 조선 후기의 사상적, 미학적 변화를 반영한 산물로, 그의 작품은 문화적 주체성, 사실주의적 경향, 유람 문화 등 다양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동안 작품의 명성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겸재의 삶과 교유 관계를 보여주는 데에 노력을 기울였다. ‘독서여가’, ‘청풍계’ 등 작품 외에도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유추할 수 있는 기록을 전시장 곳곳에 배치해 이해를 돕고자 했다.
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 관장은 “고유의 방식과 철학으로 우리 자연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담아낸 정선의 작품들은 오늘날 우리 문화를 바라보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번 특별전이 한국 문화의 독자성과 보편성에 대해 다시 한번 느끼고, 우리의 문화적 자부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호암미술관은 “삼성문화재단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오랜 협력을 통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전시를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선보이게 됐다. 이번 전시는 정선의 예술 세계와 인간 겸재의 삶을 한눈에 조망할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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