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상당 가짜 상품권 인쇄 뒤 거래

“중간 역할 여성이 편해” 피해자 개입

주변에 “냉동창고 넣으면 어떻게 되나” 묻기도

7일 냉동창고서 60대 여성 실종자 시신이 발견된 경기 파주시 문산읍의 한 카페에 휴무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7일 냉동창고서 60대 여성 실종자 시신이 발견된 경기 파주시 문산읍의 한 카페에 휴무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경기 파주시 카페 냉동창고에 60대 여성을 가둬 살해한 카페 사장은 대량의 상품권을 거래하는 과정에 위조된 상품권임을 들킬 것에 대비해 냉동창고를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주경찰서는 14일 피유인자 살해와 유가증권 위조·행사 등 혐의로 30대 카페 사장 A씨를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500억원 상당의 가짜 상품권을 인쇄한 뒤 이를 팔아 큰돈을 벌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량의 상품권을 현물, 현금으로 거래해 자금 세탁 등 용도로 활용하는 속칭 ‘상품권깡’ 거래가 은밀하게 진행되는데, 10억원 이상의 빚이 있는 A씨가 이러한 거래로 대량의 현금을 확보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1장당 50만원권 상품권 10박스를 “촬영용”이라고 업체에 말하고 인쇄했고, 이 사건에도 한차례 판매하려 했으나 거래 초기 단계에 실패했다.

새로운 거래처를 물색하던 A씨는 지인인 B씨가 대리인을 맡고 있는 어떠한 ‘큰손’이 대량의 상품권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래를 시작했다.

A씨는 자신 역시 상품권을 대량으로 가지고 있는 보유자의 대리인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보유자는 허위의 인물로 A씨는 자기 말에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이런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거래를 준비하며 A씨는 모 업체로부터 지난달 말 냉동창고를 임차해 자신의 카페 앞마당에 설치하고 상품권을 이 창고에 넣어뒀다.

거래가 진전되며 ‘큰손’의 대리인이라고 하는 B씨가 냉동창고에 있는 상품권을 감정하는 단계가 된다. 그런데 A씨는 B씨에게 “내가 대리하고 있는 상품권 보유자가 상품권 감정 등 중간 역할로 여성이 편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B씨는 지인인 피해 여성 C씨에게 상품권 감정 등 역할을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전까지 C씨는 피의자 A씨와 일면식도 없었다. 거래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C씨는 B씨와 함께 파주시로 이동했고 이후 A씨를 만나 파주시 소재 카페로 가서 냉동창고에 들어갔다. 감금 전 냉동창고에서 A씨는 피해자 C씨의 휴대전화로 영상통화 기능을 이용해 상품권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권 감정이 진행되는 시점, A씨가 C씨만 창고에 남겨둔 채 문을 닫고 나와 버렸다. 영하 25도로 설정된 냉동창고에 갇힌 C씨는 만 하루가 지나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가짜 상품권을 판매하며 위조 사실을 들키는 등 문제가 생겼을 경우 방해가 될만한 인물을 가두기 위해 냉동창고를 계획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 C씨는 이러한 계획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A씨가 왜 굳이 감금, 살해까지 했는지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다. A씨가 냉동창고에 누군가를 가둬 협박하려 했는지, 살해하려 했는지 의문점에 대해서는 “짐작 가는 바는 있으나 진술이 엇갈려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는 피해자를 가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해 의도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살해에 공범이 가담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조 등 상품권 거래 과정에 A씨와 피해자 사이에 중간 역할을 한 B씨에 대해서는 유가증권 위조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B씨가 대리한다고 한 ‘큰손’의 존재 등 상품권 거래와 관련한 공범의 존재에 대해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A씨는 거래에 성공했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경찰은 수사 중이라 밝힐 수 없다고 답했으며 해외 도피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송치 이후에도 A씨의 살해 의도에 대해 계속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A씨는 C씨를 냉동창고에 가둔 뒤 “사람을 냉동창고에 넣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범행 직후 C씨의 행방을 찾는 실종 수사 경찰관에게 거짓말을 하고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사건과 관련없는 지역에서 껐다가 켜는 등 수사에 혼선을 주려 하기도 했다.

C씨의 사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시신이 완전히 얼어붙은 채 발견됐고, 외상이 없어 냉동창고 안에서 저체온증과 산소 부족 등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일 파주시 문산읍의 한 카페 냉동창고에서 실종된 C씨의 시신을 발견했으며 A씨는 피유인자 살해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파주경찰서 형사과 3개 강력팀 등 17명으로 수사팀을 꾸려 범행 동기와 상품권 관련 사기 혐의 등을 수사했다.


h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