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세무조사·국감 복합적 변수

회추위는 “변화·세대교체에 무게”

연말 계열사 인사 재편 가능성

생산적금융·비은행 강화 과제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WM·SME부문장 [KB금융지주 제공]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WM·SME부문장 [KB금융지주 제공]

[헤럴드경제=서상혁·박혜림 기자] 역대 최대 실적에도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은 불발됐다. 최연소 은행장 타이틀의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WM·SME부문장이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금융권에서는 회추위가 실적보다 지배구조 개선과 세대교체에 더 무게를 둔 결과로 보고 있다.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WM(자산관리)·SME(중소기업) 부문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되면 연말 KB금융 계열사 인사도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행장과 지주 부문장을 거친 이 후보가 자신과 호흡을 맞춰온 인사를 전면에 배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배구조 개선 기조 의식했나

금융권과 정치권 취재를 종합하면 KB금융 회추위는 최근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기조를 상당히 의식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감독원의 금융권의 지배구조와 CEO 승계 절차를 둘러싸고 절차적 공정성과 후보간 형평성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KB도 이번 선임 과정에서 관련 절차를 강화하는 데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KB가 최근 금융권의 지배구조와 CEO 승계 정차를 둘러싼 여러 논의와 사례를 세세하게 살펴본 것으로 안다”며 “현역 후보가 갖는 프리미엄과 비현역 후보의 불리함을 어떻게 줄일지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CEO 승계 과정에서 후보군 관리와 검증 절차의 공정성·투명성을 높이고, 내·외부 후보 간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승계 내규와 후보 검증 절차, 퇴임 경영진에 대한 관리 체계 등 지배구조 전반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해랴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B도 승계 절차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더 의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KB금융 역시 이번 승계 절차를 예년보다 한 달 이상 일찍 시작했고, 외부 후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를 줄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최종 후보 선정 과정에서 업무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등 5개 항목과 25개 세부기준을 적용했다.

KB금융그룹 건물 전경 [KB금융 제공]
KB금융그룹 건물 전경 [KB금융 제공]

여기에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KB국민은행 비정기 세무조사도 금융권에서는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달 13일 국민은행에 조사 인력을 투입해 회계 자료 등을 확보했으며 조사는 연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구체적인 조사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치권의 시선도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KB 측 인사를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회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 국정감사로 이어질 경우 지배구조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그룹 이미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KB가 의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이번 결과가 예상 밖이었다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는 양 회장이 실적이나 경영 성과에서 뚜렷한 약점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인선을 단순한 경영평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배구조 개선 기조와 KB국민은행 세무조사, 정치권의 국정감사 움직임 등 대외 환경도 회추위가 함께 고려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실적보다 ‘변화’ 택한 회추위…왜 이재근 부문장 선택했나

양 회장의 연임 불발이 예상 밖으로 받아들여진 배경에는 KB금융의 실적이 있다. 양 회장 재임 기간 KB금융은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올해도 연간 순이익 6조원 돌파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로 실적 흐름이 양호했다. 다른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잇달아 연임에 성공한 상황에서 현직 회장이 내부 후보에게 밀린 점도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회추위가 공식적으로 내세운 선택의 기준은 ‘변화’와 ‘세대교체’였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 후보를 최종 후보로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후보는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한 뒤 KB금융지주 재무기획부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 국민은행 CFO와 영업그룹대표 등을 거쳤다. 2022년 국민은행장에 선임돼 3년간 은행을 이끌었고, 이후 2025년부터 KB금융지주 부문장을 맡아 글로벌과 자산관리(WM), 중소기업금융(SME)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WM과 SME는 KB금융이 향후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분야다. 이 후보는 은행 경영 경험뿐 아니라 지주에서 미래 성장사업을 직접 맡아왔다는 점에서 내부 세대교체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회추위도 이 후보가 은행과 비은행을 모두 경험한 데다 재무·전략·글로벌 분야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점을 평가했다. 조 위원장은 “은행장과 지주 부문장을 역임하면서 보여준 성과와 경영능력은 그룹의 리더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회장 바뀌면 계열사도 움직인다…연말 인사 촉각

이 후보가 오는 11월20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에 선임되면 KB금융은 양종희 체제에서 이재근 체제로 전환한다. 임기는 11월21일부터 3년이다.

시장 관심은 연말 계열사 인사에 쏠린다. 이 후보가 국민은행장을 3년간 지낸 데다 지주 부문장까지 맡아온 만큼 국민은행장과 주요 계열사 대표 인사에도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은행장 시절 함께 일했던 임원 가운데 일부가 현재 그룹 주요 보직을 맡고 있어 새 체제 출범과 함께 인사 폭이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도 관심사다.

KB국민은행 신관. [연합]
KB국민은행 신관. [연합]

인사 이후 이 후보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는 생산적금융 확대다. KB금융은 2030년까지 생산적금융 93조원, 포용금융 17조원 등 총 110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생산적금융 가운데 10조원은 국민성장펀드에, 15조원은 자산운용·증권·인베스트먼트 등을 통한 자체 투자에 투입하고 전략산업 기업대출에도 68조원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가계·부동산 금융 중심에서 기업과 첨단산업으로 자금 공급처를 넓혀야 하는 만큼 이 후보 임기 중 실행력이 평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동시에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 수익 기반을 더 키우는 것도 과제다. KB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3조8846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비은행 계열사의 그룹 이익 기여도도 44%까지 높아졌다. 이미 비은행 비중이 상당히 올라온 만큼 앞으로는 증권·보험·자산운용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얼마나 추가로 끌어올릴지가 관건이다.

이 후보가 최근 지주에서 직접 맡아온 WM과 SME도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KB금융은 최근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고객 자금을 잡기 위해 WM·퇴직연금·자산운용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한편, 은행·증권·운용·보험을 연계한 그룹 차원의 자산관리 체계도 확대하고 있다. 업무 전반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재설계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 역시 숙제다. 이 후보는 지주 부문장으로 글로벌 사업을 직접 총괄해온 만큼 해외 사업 확대 성과도 향후 경영 평가에서 빠지기 어렵다. 국내에서 리딩금융 지위를 확보한 상황에서 해외 사업의 수익성과 사업 기반을 얼마나 키우느냐가 차기 체제의 중장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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