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오른쪽)가 10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ECB 정책위원회 회의 후 요아힘 나겔 독일 연방은행 총재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오른쪽)가 10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ECB 정책위원회 회의 후 요아힘 나겔 독일 연방은행 총재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10일(현지시간) 3대 정책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물가 상승에 에너지 가격이 전가되는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ECB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예금금리를 연 2.50%로, 기준금리(주요재융자금리)와 한계대출금리를 각각 2.65%와 2.90%로 0.25%포인트씩 올리겠다고 밝혔다.

ECB의 정책금리 인상은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두 번째다. ECB는 지난 6월에도 금리를 인상했다. 당시는 2023년 9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한 것이었다. 이번에 0.25%포인트 올린 예금금리 2.50%는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시장 전망과도 부합하는 결정이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도 이번 회의에서 0.25%p 인상을 예상했다.

ECB는 성명에서 “중동 분쟁이 계속해서 인플레이션 압박을 만들고 있고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오늘 결정은 물가상승률을 2%의 중기 목표로 안정시키려는 통화정책 노력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오는 16일부터 이번에 인상한 금리가 적용된다.

ECB는 이날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0.9%, 내년 1.4%로 지난 6월의 전망(0.8%, 1.2%)보다 각각 상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3.0%로 유지했으나 다음해 전망치는 애초 2.3%에서 2.5%로 올려 잡았다. ECB는 “전망이 여전히 대단히 불확실하며 물가상승률에는 상방 위험이, 경제 성장에는 하방 위험이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보였다.

이날 인상으로 ECB 예금금리와 한국 기준금리(3.00%)의 격차는 0.50%p, 미국 기준금리(3.50∼3.75%)와 격차는 1.00∼1.25%p가 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오는 14일부터 15일(현지시간)까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년 만의 최고치인 3.3%까지 올랐다. ECB의 목표치 2%를 6개월 연속 웃돈 수치다. 지난 7월부터 전쟁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제유가는 연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브렌트유 뿐 아니라 서부텍사스원유(WTI)도 10일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전쟁 이전의 2배 넘게 급등하면서,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것이라고 본다”며 이번 금리 인상 결정이 만장일치였고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라가르드 총재는 “우리는 향후 경로에 관한 어떤 토론도 하지 않았다”며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금융 시장은 이번 금리 인상 이후로도 연말에 한 차례 추가 인상, 다음해 두 차례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6월 금리 인상에도 7월 은행 대출이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2분기 경제 성장률도 0.6%를 기록하는 등 유로존 경제가 비교적 선방하고 있어, ECB가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 채권 금리 상승세와 부채 증가로 유럽 재정 상황이 상당히 압박받고 있다는 점은 추가 인상을 제한할 수 있는 요소다.

프란체스코 페솔 ING 외환전략가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그들(ECB)이 상당 기간 물가상승률이 높은 상태일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말했고, 이는 매파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동시에 경제 성장에는 하방 위험을 보고 있어 매파적 메시지의 강도를 떨어뜨린다”고 전했다.

ECB가 기준금리를 올리고 국제 유가가 추가 상승하면서, 채권시장은 매도세가 더 뚜렷해졌다.

로이터,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독일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최대 0.12%포인트 뛰어올라 거의 3년 만에 가장 높은 3.19%를 기록했다. 10년물은 0.05%포인트 오른 3.49%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프랑스 국채 금리도 상승하면서 독일과 프랑스 국채 10년물의 금리 차는 장중 2012년 유로존 부채 위기 이후 최대인 0.9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프랑스는 막대한 공공 부채 등으로 재정 압박을 겪고 있다. 프랑스의 극좌 진영은 이를 파고들어 ‘중앙은행이 보유한 정부 부채를 취소하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내놨다. 이에 대해 라가르드 총재는 “법적으로, 기술적으로, 재정적으로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1%포인트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인 5.36%까지 뛰었다. 30년물은 1998년 이후 최고인 5.92%까지 올랐다. 금융시장은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오는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증시에서도 범유럽 주가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0.6% 하락했다. 유로화도 달러 대비 0.1% 내리는 등 약세를 보였다.

美 국채금리, 유가·물가 압박에 급등…30년물 2007년 이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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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로 다음 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유가도 급등하면서 미 국채금리가 10일(현지시간) 다시 큰 폭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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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