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송하준 기자]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국내 원유 상장지수펀드(ETF)가 한 달 새 25% 넘게 올랐다. 최근에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에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시설 피격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12월 유가 전망치를 높이고, 공급 차질이 확대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유가가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의 시선은 오는 11일 소비자물가지수(CPI)와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향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이달 8일까지 ‘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25.88%, ‘KODEX WTI원유선물(H)’은 25.70% 상승했다. ‘RISE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도 16.55% 올랐고 ‘KIWOOM 미국원유에너지기업’과 ‘KODEX 미국S&P500에너지(합성)’은 각각 6.00%, 5.61% 상승했다. 반면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와 ‘TIGER 원유선물인버스(H)’는 각각 20.70%, 21.14% 내렸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면서 원유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과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의 수익률이 극명하게 엇갈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원유·에너지 상품이 오름세를 보였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에너지 전반에 투자하는 ‘인베스코 DB 에너지 펀드(DBE)’는 7.3%, 원유 ETF인 ‘프로셰어즈 K-1 프리 크루드 오일 스트래티지 ETF(OILK)’는 5.7% 올랐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글로벌 에너지 ETF(IXC)’도 2.3% 상승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교전 재개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강화에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둘러싼 무력 충돌까지 겹치면서 원유 시장의 공급 위험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중동발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다.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0.92달러(0.95%) 오른 배럴당 97.92달러에 마감하며 지난 7월 24일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장중에는 99달러를 넘어섰다.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55달러(1.69%) 상승한 배럴당 93.03달러를 기록했다.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시설과 공군기지 등을 공격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홍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를 끌어올렸다.
국제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12월 브렌트유와 WTI 전망치를 각각 배럴당 85달러와 80달러로 기존보다 5달러씩 높였다. 걸프 지역의 원유 공급 차질이 상당한 수준으로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댄 스트루이벤 골드만삭스 글로벌 상품전략 공동 총괄은 지난 7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선박에 대한 공격이 확대되고 강화된다면”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최근 잇따른 사태로 해상 운송 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으로 원유 ETF가 강세를 보인 반면 주식시장 전반에는 부담이 커졌다. 8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1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58%, 나스닥지수는 0.32% 하락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4.805%까지 올라 다시 4.8%를 넘어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 소식까지 더해지며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됐다”며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증시 전반이 고유가에 부담을 받는 것과 달리 에너지 업종은 유가 상승의 수혜주로 꼽힌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험에 대응할 상품으로 미국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XLE)’를 꼽았다. XLE는 지난주 2.2%, 연초 이후 45.3% 상승했다. 박 연구원은 유가가 오르면 에너지 기업의 매출과 이익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연준의 금리 결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블록비트(BlockBeats)는 9일 CME 페드워치를 인용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이 60.4%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중동 불확실성이 국제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목전까지 밀어 올리면서 국채금리가 상승,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부담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중동 정세 악화 이후 연준의 금리 인상 베팅도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오는 11일 발표되는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을 가를 핵심 지표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고유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CPI까지 예상치를 웃돌 경우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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