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후 기존 승진 기준 유지
대한항공 “90% 이상 승진 빨라져”
노조는 ‘아시아나보다 선순위’ 요구
사측 “아시아나 경력·자격 불인정 요구 수용 못해”
임금·휴식 등은 사실상 의견 접근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두고 조종사 승진 서열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에도 기존 대한항공 조종사의 승진 요건과 내부 서열이 그대로 유지돼 불이익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조종사노조는 대한항공 소속 조종사를 아시아나항공 출신보다 앞선 순위에 배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KAPU)은 2024년 단체협약과 2025년 임금협약 교섭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전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임금보다는 통합 대한항공 출범 이후 적용할 조종사 승진 서열이다. 대한항공은 통합 과정에서 기존 대한항공 조종사의 기장 승격 요건과 내부 상대서열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다는 견해다.
통합 이후 항공기 규모와 필요한 기장 인원 등을 토대로 향후 승격 시기를 분석한 결과, 기존 예상보다 기장 승격이 늦어지는 대한항공 조종사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90% 이상의 조종사는 통합 전 예상보다 승격 시기가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외부 컨설팅 등을 통해 대한항공 조종사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양사 조종사 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타당한 승진 서열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대한항공 조종사를 아시아나항공 출신보다 일괄적으로 앞선 순위에 배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기존에 쌓아온 경력과 자격도 승진 서열 산정 과정에서 인정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오히려 통합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사의 기존 조종사 서열 체계도 통합 이후 최대한 유지할 계획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군 경력과 민간 경력 조종사 사이에 평균 9개월가량의 승격 서열 차이가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기준으로 평균 4년가량의 차이가 존재한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에도 양사가 각각 운영해온 내부 서열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비행경력 1000시간을 갖추고 대한항공에 입사한 민간 경력 조종사는 비행경력 300시간으로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민간 경력 조종사보다 기장 승격 시기가 평균 3년3개월 앞서게 된다. 대한항공은 통합으로 기존 대한항공 민간 경력 조종사의 승진이 밀리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근거로 제시한 단체협약 제24조를 놓고도 양측의 해석이 엇갈린다. 노조는 해당 조항에 ‘회사는 노사 합의로 정한 운항승무원 서열순위 제도를 준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만큼 승진 서열을 노사 합의로 정해야 한다는 견해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해당 조항이 2003년 노조 내부 총회에서 부결된 뒤 새로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고 반박했다. 2004년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가 같은 조항을 근거로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기장 승격 등에 관한 인사권이 사용자에게 있다고 판단해 기각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노조가 제기한 기장 승진요건(FOAM) 문제에 대해서도 사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통합 이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에게도 현재 대한항공이 적용하고 있는 기장 승진 요건과 훈련·심사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임금과 휴식시간 등 나머지 임단협 현안에서는 노사가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임금 3.3% 인상과 10시간 이상 비행 후 현지 30시간 휴식 적용 확대, 비행수당 산정 기준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장 승진 순위는 합리적인 기준 아래 사용자가 결정하는 고유한 인사권에 해당한다”며 “쟁의조정 대상이 될 수 없는 사안을 관철하기 위해 다른 임단협 현안까지 갈등이 지속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등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노동위원회의 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노조는 앞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를 토대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