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가게는 결국 인건비 싸움이다. 숨만 쉬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 추가 인상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다시 무거운 부담을 안겨줬다.”
매년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큰 영향을 받고 있지만 의견조차 내기 힘든 또 다른 당사자가 있다. 바로 소상공인들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80원(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전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인 2.9%를 웃도는 수치다. 한국은행과 정부가 예측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2.7%보다 높다. 소상공인과 노동자 모두 불만을 표출하면서 정부에 공식 이의를 제기하며 재심의를 촉구했다. 소상공인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노동자는 낮은 인상률과 적용 대상 확대 무산을 이유로 각각 이의를 제기하면서 ‘을과 을’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현실을 외면했다고 주장한다. 지불능력 한계, 업종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적용, 초단시간 근로 증가 등을 핵심 문제로 제시했다.
비명이 터져 나온다. 만성적인 소비 침체에다 원재료비·금리 인상까지 겹친 상황에서 최저임금마저 가파르게 오르면 고용을 줄이거나 가게 문을 닫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직원 1명당 월급 기준 약 7만9000원, 연봉 기준 약 95만원이 인상된다. 4인 고용 사업장은 4대 보험 부담까지 포함하면 연간 1000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소상공인 소득은 아르바이트생보다 더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223만6300원(주 40시간 근무 기준)인데, 이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 조사한 소상공인 1000명의 월평균 영업이익(208만8000원)보다도 15만원이 높은 금액이다. 소상공인 40%는 월평균 영업이익이 200만원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최저임금법이 결정 기준으로 사업자의 지불능력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소상공인의 한계 상황을 철저히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총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1092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취약 차주 연체율도 2021년 4.36%에서 지난해 12.14%까지 치솟았고, 소상공인 주요 6대 업종의 폐업률이 11.08%로 전체 사업자 평균(8.64%)보다 높은 수준이다.
업종별 구분없는 획일적인 적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33.9%에 이르지만 정보통신업이 2%대에 불과하다. 업종별 경영 여건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이 고용을 회피하고 주 15시간 미만 ‘쪼개기 아르바이트’가 성행하면서 고용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만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소상공인의 절규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1988년 이후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의제기를 수용해 재심의를 요청한 전례가 없다. 벼랑 끝에 선 소상공인 생존권 보호와 고용 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안 재심의가 필요하다. 매년 되풀이되는 ‘소상공인의 생존’ 논쟁은 최저임금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임금체계 유연성을 비롯해 업종별 차등 최저임금 적용 논의도 더 이상 금기시돼선 안된다. 골목상권의 불빛이 어두워지면 그 파동은 한국경제 전체로 퍼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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