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2일부터 6000억원 규모의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를 출시한다.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 등 12대 첨단산업에 장기 자금을 공급하고, 그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세제 혜택에다 손실의 20% 범위까지 정부가 우선 부담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첨단산업 투자에 일반 국민 참여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연간 1억원, 5년간 2억원 한도로 가입할 수 있고 최대 1800만원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9% 분리과세 혜택이 제공된다. 정부는 1200억원을 후순위로 출자해 손실을 먼저 떠안기로 했다. 다만 5년간 환매가 제한되는 폐쇄형 펀드인 만큼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고, 수익률 역시 시장 상황과 운용 성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정책펀드는 방향만큼이나 운용 성과가 중요하다. 과거 정책펀드의 실패 경험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조성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는 출범 당시 대대적 홍보를 받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만기 청산된 펀드 10개의 평균 내부수익률(IRR)은 2.14%에 그쳐 당시 은행 예금금리 수준에도 못 미쳤고 일부 펀드는 손실까지 냈다. 정부 재정이 손실을 우선 부담한 것을 제외하면 실제 자펀드 기준 평균 수익률은 0.75%에 불과했다. 정책 목표만 앞세우다 보니 시장 경쟁력과 수익성은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이번 국민성장펀드는 자금의 60% 이상을 반도체·AI·바이오 등 12대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도록 하면서도 나머지 40%는 운용사 자율 투자에 맡기기로 했다. 비상장사와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기업 투자 비율도 별도로 규정했고 기준수익률과 성과보수 체계도 도입했다. 정책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민간 운용의 자율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한 시도로 보인다.

그렇다고 시장 논리만 강조할 수도 없다. AI·로봇·첨단 반도체 같은 미래 산업은 막대한 자금과 긴 투자 기간이 필요한 분야다. 단기 수익성만 따질 경우 민간 자금이 장기·고위험 기술 투자로 충분히 흘러가기 어렵다. 중국은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면서도 천문학적 자금을 첨단산업에 쏟아붓고 있다. 시행착오와 실패까지 데이터와 경험으로 축적하며 미래 산업 경쟁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반면 한국 경제는 산업 구조 전환 속도가 더디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도 시급한 상황이다.

국민성장펀드는 단기 흥행이나 보여주기식 성과에 매몰돼선 안 된다. 미래 전략산업에 장기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시장 원리에 기반한 투자 효율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국 균형 잡힌 운용이 필요하다.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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