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SKT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티메프 사건, 폭스바겐 연비 조작 사건, 사회적 참사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규모 소비자 피해와 관련해 국민의 분노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해기업의 안일한 사후 대처다. 특히 미국 및 유럽연합 등과 달리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일괄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집단소송제도가 없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에서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가해기업은 집단소송제(Class Action), 징벌적 손해배상제도(Punitive Damage), 증거제출명령제(Discovery) 등 때문에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제도가 없어 소비자 피해 구제에 소극적이다. 이로 인해 피해 소비자는 충분한 손해배상을 받지 못한다. 배상을 받더라도 많은 시간이 지난 후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피해를 입기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는 2025년 12월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이다. 조속히 집단소송에 관한 법제가 마련되어 소비자 피해가 효율적으로 구제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유럽 및 일본 방식의 집단소송제 도입에는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보완이 병행되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방안은 사업자의 위법행위에 대한 금지 또는 중지만을 청구할 수 있는 소비자기본법상 소비자 단체소송 제도에 손해배상 청구를 추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소비자 단체소송 제도의 문제점으로 원고적격, 소송허가제, 재판관할, 증명책임 등을 제시했다. 유럽연합 및 일본과 달리 우리 소비자단체가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소를 제기하려면 제소단체의 요건(회원 수 등)을 증명하고 법원의 소송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신속한 소비자 피해 예방 및 구제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또한 관할법원은 사업자의 주된 사무소 등을 관할하는 법원이기 때문에 소비자단체가 소송을 수행하기 곤란하다. 특히 해외사업자는 해당 국가의 법원에 소를 제기해야 하므로 소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단체는 사업자의 위법행위를 증명해야 하지만, 사업자가 관련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증명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기본법상 소비자 단체소송 제도에 손해배상 청구를 추가하더라도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이를 해결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소비자 단체소송 제도의 개선은 소비자 피해 예방 및 구제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소비자 단체소송 제도는 소비자단체의 제소를 통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 및 구제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소비자단체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소비자단체도 소비자 단체소송 제도를 통해 소비자 권익을 보장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
소비자 단체소송 제도의 개선 및 소비자단체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소비자 권익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고형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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