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연합(EU)을 포함해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공통적으로 살생물질이 포함된 제품 모두 사전 유해성 평가를 거쳐 시장에 유통되도록 규제하고 있다. 살생물제란 세균, 해충 등 원치 않는 생물체를 제거하기 위해 제조된 물질로 방향제, 탈취제, 합성세제, 표백제 등 생활화학제품과 소독제, 방충제, 살균제 등 의약외품으로 쓰인다.

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한국법제연구원에 따르면 EU, 미국, 일본 모두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사전검증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살생물제 관리법을 따로 두고 있는 EU의 경우 허용된 물질 외에는 살생물제를 만들 수 없고, 발암성 물질 등을 포함한 위해우려 화학물질 500여종은 퇴출물질로 규정해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특히 기업은 모든 살생물질에 대해 양에 관계없이 안전성 확인에 필요한 자료 제출, 위해성평가 보고서 초안 작성 등이 의무화돼 있다. 이 과정에서 살생물질은 평가 등록을, 살생물질이 함유된 제품과 살생물질 처리제품은 제품허가를 각각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 살충ㆍ살균ㆍ살서제법(FIFRA)’을 통해 살생물질과 12개 제품군으로 분류돼 있는 살생물제품을 농약과 함께 통합 관리하고 있다. 특히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포함된 제품은 반드시 사전 등록 절차를 거쳐 유통되게 하고 있다.

제품 등록 시 신청자가 함유된 살생물질의 조성, 유효성 자료, 독성정보 및 라벨링 등의 자료를 제출하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살생물제 테스팅 프로그램(ATP)을 통해 효능기준 총족 여부를 확인한다. 이후 EPA는 제출된 살생물질 자료를 검토해 허가여부를 결정한다.

[사진설명= 가습기살균제]
[사진설명= 가습기살균제]

가정용품규제법이 있는 일본은 섬유제품 세정제, 에어로졸 제품 등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정용품을 지정하고, 그 중 유해물질 함유량ㆍ용출량 등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포름알데히드 등 20개 물질이 유해물질에 포함돼 있다. 또 출시되는 제품이 해당 기준에 적합한지 감시하기 위해 광역자치단체가 시판제품을 검사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김은정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처럼 유해화학물질이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하거나, 단순히 공산품보다 규제하는 수준의 개정은 또 다른 ‘옥시사태’를 만들게 되는 것”이라며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는 사전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해 EU, 미국처럼 물질에 대한 사전검증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