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빅 히어로’를 보면 비행기 추락 사고 현장에서 승객들을 구한 한 남성이 등장한다. 그는 특별한 영웅이 아니었다. 위기의 순간, 두려움을 이겨내고 생명을 구하러 뛰어든 평범한 사람이었다.
올여름 전국을 덮친 기록적 폭우 속에서 우리는 그런 ‘리틀 빅 히어로’들을 만났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로 하천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이어졌지만, 절망의 현장 곳곳에는 이웃을 구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분들의 헌신과 용기 덕분에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
지난 7월 19일, 경남 산청군 마을 이장 차 모 씨는 폭우 속에서도 주민 대피를 독려하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직접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특히 2m 넘게 잠긴 주택에 고립된 노부부를 구하기 위해 자기 몸에 밧줄을 묶고 물에 뛰어들었다. 플라스틱 팔레트를 붙잡고 사투를 벌인 끝에 노부부를 무사히 구조했다.
같은 날, 산청의 한 주유소 직원 박 모 씨는 인근 국도에서 산사태로 매몰된 차량을 발견했다. 차 안에서 “살려 달라”는 목소리를 들은 박씨는 망치와 삽으로 유리창을 깬 후 가족 4명을 구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파편에 손바닥이 찢어지고 온몸에 상처를 입었다.
20일 새벽, 경기 가평군 자율방범대장 엄 모 씨는 청평면 하천변을 순찰하던 중 100여 명의 캠핑객들을 발견했다. 홍수주의보가 발효됐지만 새벽 시간대라 대피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새벽어둠 속에서 그는 한 명 한 명 찾아가 위험을 알리고 신속히 대피를 이끌었다. 한 시간 뒤, 캠핑장 절반이 물에 잠겼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의 침착한 판단과 책임감이 소중한 생명을 지켰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생명의 위험 앞에서도 위기에 처한 이웃을 위해 먼저 행동했다는 것이다. 그 용기와 헌신은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안전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 주었다.
이러한 숨은 영웅들의 용기와 헌신에 더해 정부도 일상화된 기후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예방 중심’ 재난안전관리 체계로 전환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위험 징후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중앙과 지방정부 간 실시간 정보를 공유해 침수 취약지역 정비, 예·경보 체계 개선 등 현장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제도와 체계를 개선하더라도 모든 재난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 국민을 지켜내는 마지막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위급한 순간 한 걸음 먼저 나서는 용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예방과 복구에 힘쓰는 책임감, 그리고 서로를 향한 연대의 마음이야말로 재난을 극복하는 진정한 힘이다.
정부는 지난여름 집중호우 때 보여준 숭고한 헌신을 기리기 위해 ‘호우 대응 유공’ 포상을 수여한다. 위기 속에서도 행동으로 나선 분들의 모범을 널리 알려 그 정신이 사회 전반에 확산하기를 바란다.
손자병법에 ‘동주공제(同舟共濟)’, 즉 ‘같은 배를 타고 강을 함께 건넌다’는 말이 있다. 재난은 완전히 피할 수 없지만, 서로의 손을 맞잡고 함께 이겨낸다면 우리는 어떤 위기 속에서도 더 강해질 수 있다.
국민 안전을 위해 헌신한 모든 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이분들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 곳곳에 전해져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불씨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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