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우리나라의 미국 수출이 지난해보다 12% 감소한 87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대미 수출 증감률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 때인 2020년 5월(-29.4%) 이후 5년3개월 만이다. 특히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철강 부문의 대미 수출이 급감했다. 한미가 지난 7월 30일 자동차·부품관세를 각각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탓이 크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도 2.9% 감소했다. 다만 전체 수출은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월간 기준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아세안·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수출 다변화 노력이 효과를 낸 덕분에 지난해보다 소폭 늘었다. 이는 관세 협상 합의내용의 이행시기를 못박는 대미 후속 협상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급선무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 다변화를 통해 미중 의존도를 낮춰야 한국 수출의 활로가 열린다는 점을 새삼 일깨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우리 수출 실적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발 관세의 파괴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 주요 대미 수출품목 15개 중 11개가 감소세를 기록했다. 증가세를 기록한 품목은 반도체(56.8%), 석유제품(15.4%), 무선통신기기(34.2%) 등 주로 관세를 면제받는 것들이었다. 미국은 반도체·스마트폰에는 별도 품목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이유로, 석유제품 등 에너지상품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반면 대미 최대 수출품목인 자동차는 관세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보다 3.5%, 자동차부품은 14.7% 감소했다. 50% 관세가 매겨진 철강은 무려 32.9% 감소해 올해 최악의 대미 수출 실적을 보였다.

대미 수출 급감에도, 지난달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우리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584억달러였다. EU와 CIS(소련 독립국가연합) 등에서 선전한 영향이다. 특히 아세안지역에 대한 수출이 108억9000만달러로, 11.9% 늘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110억1000만달러)과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달 25일 우호적 분위기에서 마무리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자동차관세 15%를 재인확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이 관세를 내리기 위해 제시한 3500억달러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나와야 비로소 관세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는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던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연동돼 있다. 한국이 최혜국 대우를 받더라도 최소 15%의 관세율이 매겨져 수출 환경 악화는 불가피하다. 대미 후속 협상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mh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