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 출몰 구로 27건으로 1위, 강남 18건 양재 12건

구조건수 2016년 49건에서 2024년 117건으로 급증

송도 도심에서 발견된 털빠진 너구리. 이 너구리는 개선충에 감염돼 털이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
송도 도심에서 발견된 털빠진 너구리. 이 너구리는 개선충에 감염돼 털이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야생너구리의 출몰이 서울 구로구와 강남구, 양천구, 서초구 등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도심의 야생너구리 출몰은 급증하고 있다.

24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서울시 야생동물구조센터 너구리 구조건수는 117건으로 이중 25개 자치구중 구로가 27건으로 가장 많았다. 강남구 18건, 양천구 12건, 서초 9건 강서 9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송파와 강동, 도봉에서는 5마리가 구조됐다. 서울 전체 너구리 구조건수는 급증하고 있다. 구조건수는 2016년 49건이었던 완만히 증가하다가 2023년 78건에서 2024년 117건으로 급증했다.

너구리는 덤불, 숲, 강가와 호수가 있는 습한 곳에 주로 산다. 서울 도심에서도 주로 공원이나 도심 공원이나 하천 등에서 목격된다. 양천구 신정산 인근 계남공원에서는 3월과 4월 두차례 너구리가 포획됐으며, 1월에는 지양산 인근 연의공원에서 너구리가 잡혔다. 구로구 잣절공원에서도 탈진해 있는 너구리가 발견돼, 서울시 야생동물센터로 인계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람들과 접점이 있는 공원 등에 먹이를 찾으로 너구리가 나타나곤 한다”며 “정확한 원인은 현재 파악 중 ”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양재천은 너구리 집단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에서 야생 너구리가 사람이 접근해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누워있다. [연합]
지난해 7월 서울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에서 야생 너구리가 사람이 접근해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누워있다. [연합]

뿐만 아니다. 학교나 아파트에도 출몰하기도 한다. 지난 3월에는 개봉중학교에서 쓰러져 있는 너구리가 구조된 바 있다. 구로구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에 너구리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며 “워낙 빠른 동물이라 포획을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굴을 파는 습성을 가져, 집단 서식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과거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너구리가 발견됐을때, 소방당국은 너구리가 양재천 서식지에서 굴을 파 이동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너구리는 1928년에 러시아에서 모피를 생산할 목적으로 수입됐다. 농가에서 너구리를 키우며 모피 수출을 했지만 중국에서 생산한 은여우 모피로 국제시장에서 너구리의 모피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결국 국내 농가에서 너구리 사육을 포기하게 됐다. 농장에서 탈출한 너구리가 야생화 됐다고 전해진다(대한수의사회지 2013년 1월). 너구리는 한번에 6~8마리를 낳는 동물로 번식이 왕성한 편이다. 천적인 늑대가 국내에 없고 먹이를 놓고 경쟁하는 오소리의 수가 적다. 개체수가 줄어들 요인이 없다는 얘기다.

도심에서 자주 목격되면서 너구리는 대체로 시민들에게 친근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연구원이 지난 2023년 발표한 보고서 ‘서울도심지 출몰 야생너구리 실태조사 및 관리방안’에 따르면, 서울시민들은 너구리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1200명의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너구리 허용 여부 시민 인식 조사’에서 시민들은 ‘위험하다는 인식’(19.7%) 및 ‘제거해야 한다’(8.8%)보다는 ‘원래 서식지로 돌려보내야 한다’76.2%)거나 자연과 연결되었다‘는 긍정적 느낌(64.8%)과 서식지가 줄어들어 내려왔다’(87.3%)고 답했다.

문제는 너구리가 광견병 등 인수공통감염병을 옮기는 매개체라는 것이다. 2013년 경기 화성시에서 광견병이 확산된 적이 있는데, 확산 주범이 ‘너구리’ 인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서울은 2006년 은평구에서 붙잡힌 너구리에서 광견병이 발생한 이후로 아직 보고사례는 없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포획된 너구리를 대상으로 광견병 렙토스피라,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등 10종의 인수공통감염병을 검사했지만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다.

서울연구원은 실태조사에서 “첫째, 너구리가 주로 서식하고 있는 산림 및 하천 등의 서식지 환경 및 먹이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하여 너구리가 먹이를 구하러 도심지로 출몰하는 비 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구리의 도심지 내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너구리 통로 통제 및 유도 통로를 마련할 수 있다”며 “이 때 수로는 입구와 격자 펜스 등을 활용하여 도심지 내 출입을 제한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