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구간 노선 하나에 4조~5조원 필요

‘수도권 집중완화’ 정책 기조와 충돌도

획기적인 통근 시간 단축을 이뤄내 ‘교통 혁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의 이면에는 거대한 사업비 조달이라는 현실의 문제가 숨어 있다. 여기에 GTX가 오히려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간과하기 어렵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GTX-A노선의 누적 수송 인원은 개통 14개월이 지난 이달 초 1000만명을 돌파했다. “서울 출퇴근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경기도에서 처음 제안한 후 16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단 한 개의 노선도 완전 개통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사업 지연의 주 원인은 재원 조달의 어려움에 있다.

▶李·金 “GTX 재원 국비로 지원 계획”=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이를 타개하고자 GTX 관련 재원을 국비로 지원하는 안을 내놨다. 다만 현실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이 후보는 정부재정 지출구조 조정분, 2025~2030년 연간 총수입증가분(전망) 등으로 재원을 충당하겠다고 제시했다. 김 후보는 민자 유치, 국비, 지방비,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재조정을 재원 조달 방안으로 내놨다.

민주당에서는 GTX 확대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달 연장 노선에 대한 ‘국비 지원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는 연장 노선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현행 ‘원인자 부담 사업’ 원칙과 충돌한다. 향후 기존 국가철도 사업과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이다.

GTX는 도심 구간의 경우 지하 40~50m 대심도 터널을 뚫어야 해 노선 하나당 4조~5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구간별 사업성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A·B 노선의 경우 민자 구간과 재정 구간을 분리해 추진하고 있다.

▶GTX-A, 2009년 첫 제안 후 아직도 ‘반쪽개통’=여기에 주52시간제 도입, 공사비 인상 등 달라진 건설 환경에 따라 필요한 시간과 재원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GTX-A노선 환승센터 개발사업은 원자잿값 및 인건비 급등을 이유로 6차례 유찰 뒤 서울시가 공사비를 672억원 증액, 지난해 7월에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사를 맡게 됐다.

이로 인한 완공 지연은 현재진행형이다. 2009년 경기도가 제안한 GTX-A 운정-서울역 노선의 경우 2018년 12월 착공해 첫 부분 개통까지 6년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는 2023년 12월 개통을 공언했지만 실제 첫 GTX-A 개통(수서~동탄)은 지난해 3월에야 이뤄졌다. ‘A노선의 심장’이라 불리는 삼성역을 포함한 완전 개통(창릉역 제외)은 2028년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착공식을 진행한 B(민자 구간), C노선 또한 실착공을 하지 못했다. GTX-B 노선 ‘용산~상봉’ 재정 구간은 2023년 12월 착공했지만 민자 구간은 이달 말에야 실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 구간 민자 노선으로 운영되는 GTX-C노선의 컨소시엄은 사업성 악화와 공사비 급등에 따른 자금 조달의 어려움으로 착공계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빨대 효과’ 우려 존재…공사비 현실화 우선과제=GTX 연장 및 확대가 수도권 쏠림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근본적인 우려도 제기된다. 1964년 일본 고속철도인 신칸센이 개통된 이후 도쿄와 오사카 양대 도시로 인력과 경제력 집중되는 이른바 ‘빨대 효과’가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수도권 및 서울의 접근성이 향상될 경우 자칫 수도권의 물리적 범위 자체를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의 이주가 가속할 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 정부들의 ‘수도권 집중완화’ 정책 기조와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GTX 확대는 신중해야 하지만 확대된 노선의 신속한 사업 추진에 대해서는 공사비 현실화가 시급하다는데 입을 모은다.

김희량·신혜원 기자


hope@heraldcorp.com
hwsh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