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15억유로(약 2조4000억)에 인수한다고 14일 발표했다. SK그룹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SK머티리얼즈의 반도체 소재 자회사 4곳을 SK에코플랜트로 편입하고, SK AX(종전 SK C&C)가 보유한 판교 데이터센터를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삼성은 대형 인수합병(M&A)를 통한 ‘확장’이고 SK는 내부 사업조정(리밸런싱)을 통한 ‘선택과 집중’이지만, 방향성은 같다. 미래 먹거리 발굴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다. 수개월째 지속되는 국가 리더십 공백 속에 기업들은 이렇듯 맨몸으로 뛰고 있다. 관세 폭풍에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고, 뛰는 기세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 6·3 대선 후 들어설 차기 정부가 할 일이다.

플랙트는 1918년 설립된 100년 역사의 기업이지만, 인수를 결정한 삼성의 눈은 철저히 미래에 맞춰졌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수요가 폭증하는 대형 데이터센터에는 냉각 시설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와 친환경 에너지 규제도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 중심의 공조 시장을 키우고 있다. 삼성의 이번 ‘빅딜’은 지난 7일 자회사 하만을 통해 약 5000억원 규모의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인수 계약을 맺은 데 이은 것으로 조 단위로는 2017년 하만 인수(약 9조원) 이후 8년만이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레인보우로보틱스(로봇),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AI), 소니오(의료기술) 등을 인수하며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M&A에 힘을 쏟고 있다.

SK는 에너지와 반도체, 인공지능(AI) 중심의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분야에선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확장으로 핵심 소재 공급역량을 내재화했다. AI분야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총 9개의 데이터센터를 확보함에 따라 SK텔레콤, SK AX와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에너지 분야에선 지난해 11월 SK이노베이션이 SK E&S와 합병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민간 최대 종합 에너지 회사를 갖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각각 경제 공약을 최우선으로 제시했는데 다행이라고 할 수 있으나 내용이 부실하다. ‘국가첨단전략산업 대규모 집중투자’ ‘M&A 촉진’(이상 이재명)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환경 조성’ ‘자유경제혁신 기본법 제정’(이상 김문수) 등 ‘선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향후 세부 공약에선 반드시 구체적인 입법과 정책이행, 재원대책이 제시돼야 한다. 두루뭉술한 허세와 과장이 아닌, 생사를 건 기업 수준의 전략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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