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금융거래 시도 우려에 소비자 ‘안절부절’

명의도용 계좌개설, 불법대출 등 차단 움직임

여신거래 안심차단 평소 일 400~500건 수준서

28일에만 우리 4.3만, KB국민 8.5만건 몰려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모습. [연합]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해커가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을 복제하면 비대면 은행 업무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던데 괜히 불안하네요.”

“해외에서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 로그인을 시도한다는 안내가 와서 놀랐어요. 이번 사고 때문이 아닐 수도 있지만 걱정돼요.”

SK텔레콤 해킹 사고로 금융 소비자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해커가 유심 복제 등을 통해 휴대폰 본인인증을 우회하고 부정 금융거래를 시도할 우려가 제기돼서다.

은행·보험·카드 등 금융회사는 당장 유출된 정보를 활용해 새 단말기에서 통신사 인증을 하더라도 복수의 보안 인증을 거치게 돼 있어 실제 금융거래를 하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과거에도 알뜰폰 부정 개통으로 금융자산을 탈취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던 만큼 소비자들은 안절부절못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소비자 불안을 반영하듯 해킹 사고가 알려진 직후 주요 은행에는 비대면 계좌개설 및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 신청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으로 새로운 입출금 계좌를 열거나 대출을 실행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자칫 유심 복제 등이 이뤄지더라도 금융사고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SK텔레콤 해킹 사고 이후 명의도용 계좌 개설이나 불법대출, 신용카드 발급 등의 피해를 우려한 금융 소비자가 비대면 계좌개설 및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를 적극 신청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 수요가 지난 23일부터 급격히 증가하며 4월 일평균(613건)을 웃돌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등록 현황을 보면 ▷21일 312건 ▷22일 379건 ▷23일 656건 ▷24일 1002건 ▷25일 1263건 ▷26일 5931건 ▷28일 4만784건으로 SK텔레콤의 해킹 사고 공개 이튿날인 23일을 기점으로 급격히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비대면 신청이 닷새간 4만7000건 이상 집중되는 등 모바일 뱅킹 사용자의 관심이 크다고 신한은행은 설명했다.

작년 8월 도입한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도 3월 말까지 누적 일평균 등록 건수가 284건이었으나 ▷23일 420건 ▷24일 494건 ▷25일 957건 ▷26일 4653건 ▷28일 4만8495건 등으로 현재 170배 이상 늘어난 상황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주말 안심차단 서비스 등록이 크게 늘었고 이번주에도 추가 신청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신청 서비스 화면 [헤럴드경제 DB]
신한은행의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신청 서비스 화면 [헤럴드경제 DB]

안심차단 서비스 가입 확산세가 감지된 건 신한은행뿐이 아니다. 하나은행의 경우 3월 영업일 평균 253건 수준이었던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 등록 건수가 23일 507건으로 두 배가량 뛰었고 ▷24일 572건 ▷25일 898건 ▷26일 2511건 등으로 급증했다. 지난 28일에는 2만3214건에 달했다.

우리은행에서는 지난 28일 하루에만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가 3만1371건,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가 4만2768건 신청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루 100~200건, 많아야 400건 수준이었던 기존 가입 흐름과는 완전히 다른 수치다.

KB국민은행의 상황도 비슷하다. 평소 400~500건 수준이었던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 신청이 지난 23일 1000건을 넘었고 26일에는 8099건, 28일에는 그보다도 10배 많은 8만4832건을 기록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해킹 사고 여파로 안심차단 서비스 관련 문의가 폭증했고 가입도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특히 지난 주말 이슈가 되면서 이번주 영업 개시와 함께 신청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지난해 8월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를, 올해 3월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각각 도입했다. 소비자가 금융회사에 서비스를 신청하면 한국신용정보원에 즉각 정보가 등록되며 모든 금융기관의 신규 여신거래나 계좌개설이 동시에 차단된다.

해제 시 반드시 금융회사 영업점을 찾아 본인 확인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이번 해킹 사고로 금융사고 발생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신청이 줄 이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해킹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부정 금융거래 발생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금융회사는 인증 체계를 고도화하는 등 보안 대응 체계를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일단 SK텔레콤의 마이데이터 사업과 관련해 해킹 피해가 있는지 여부를 살폈고 사고 영향이 현재 없는 것으로 파악한 상태다. 마이데이터는 고객의 재무정보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자산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금감원은 과거에도 유심을 활용한 본인 명의 우회를 통해 알뜰폰을 부정 개통하는 등의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한 만큼 이런 사고가 대규모로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융위원회, 금융보안원, 금융기관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담당자 등과 협업해 상황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앞서 금융회사에 공문을 보내 부정 금융거래 시도에 우려를 표하며 추가 인증수단 고려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