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지정 이후 34일, 서초구 ‘3건’
거래 뚝 끊긴 반포…집주인들 “급할 거 없다”
원주민들 “가격만 높아져서 못 팔아 부담” 목소리도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덩어리만 크지 사실상 가뭄이에요. 매매도, 임차도 시장이 경색됐어요. 매도자와 매수자간 (가격)괴리감이 너무 커요”(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상가의 H 부동산 대표)
최근 헤럴드경제가 래미안원베일리·아크로리버파크·래미안퍼스티지 등 3대 대장아파트로 구성된 서초구 반포동을 찾은 결과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른바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소란’이 한 차례 쓸고 간 뒤부터는 한 달째 “거래가 뜸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 있는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토허) 대상으로 지정한 지 34일째인 이날 기준, 서초구에서 그간 계약된 아파트 매매 거래 수는 3건에 불과하다. 이는 같은 강남권인 ▷송파구 44건 ▷강남구 41건보다 월등히 적으며, 주거시설이 상대적으로 적은 용산구(6건)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그마저도 3건 중 2건이 잠원동에서 이뤄졌으며, 한 건은 서초동에서 계약됐다. 사실상 현재 초고가 주택거래를 견인하고 있는 반포동에서는 거래 건수가 ‘0건’인 상황이다.
서초구의 거래가 급감한 이유는 무엇보다 매수자와 매수자 간 가격 괴리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토허제가 일시적으로 해제됐던 당시,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거래 수가 급증하자 갈아타기 수요가 옮겨가 서초구 반포동의 거래수와 집값도 함께 올랐다. 전용면적 84㎡가 70억원에 손바뀜되며 ‘국민평형 70억’이 현실화한 것도 이때다. 래미안원베일리의 국민평형이 60억원(2024년 9월)에 거래된 지 6개월 만이었다.
상가 원베일리스퀘어의 H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물이 많이 없고, 무엇보다 집주인들도 팔 생각이 없다”며 “국내에서 여기 이상의 상급지가 없다는 생각에 급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아파트값이 ‘평당 2억원’으로 굳어진 현재 상황에서 섣불리 계약을 하기 보다는 시장의 향방을 관망하는 움직임이 우세하다는 게 중개자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한 번 오를 때 ‘팍팍’ 치고 올라가다 보니 가격의 상승 폭이 너무 크다”며 “투자를 통해 원베일리에 입성한 주민들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지, 언젠가는 국민평형이 100억원까지 갈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공인중개업소 사이에서 래미안원베일리의 국민평형 호가는 최소 50억원부터 형성돼있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곳은 직전 거래가인 70억원부터 협상이 시작된다. 같은 평수여도 조망권에 따라 차이가 20억원까지 나는 것이다. 호가가 높다 보니 어쩌다 관심을 갖는 매수자가 나타나도, 가격 괴리감을 느끼고 돌아가기 일쑤다.
투자자가 아닌 원주민들 사이에선 너무 뛰어버린 아파트 가격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도 있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재건축 되기 전부터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던 이들의 경우 아파트를 처분해야 현금자산을 갖게 되는데, 실거래가대로 매물을 내놔도 쉽게 팔리지가 않으니 난감하다는 것이다.
D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경남아파트나 주공아파트때부터 살던 분들은 너무 뛰어버린 가격을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며 “매매를 해야 돈을 쥘 수 있는데 엑시트가 안 되고 집값만 오르면 사실상 깔고 앉아 있는 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세도 거래가 없긴 마찬가지다. 토허제 지정으로 갭투자(세 끼고 매매)가 막혔기 때문이다. 실거주 2년을 마친 집주인들이 세를 내놓긴 하지만, 가격이 비싸 수요자가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이날 래미안원베일리에서 단 6세대뿐인 전용 235㎡(95평)의 전세 매물은 호가 70억원에 시장에 나왔으며, 전용 59㎡는 15억, 116㎡는 40억까지 올랐다. 이들의 직전거래가는 각각 67억원, 14억9000만원, 25억5000만원에 해당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포동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은 매출에 대한 우려를 호소하기도 했다. P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건물, 상가 등에 대한 매물도 활발한 다른 지역과 달리 여기는 오로지 아파트만이 의미 있는 자산으로 꼽힌다”며 “하지만 덩어리가 너무 크다 보니 중개가 쉽지 않고, 특히 최근은 거래 ‘가뭄’에 가깝다”고 말했다.
h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