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합산 매출·영업이익 넘어설 전망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 수주에 수익성 개선

美의 中 견제, 한미 협력기조에 기대감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연이어 전해지는 수주 소식과 미국과의 협력 가능성 등으로 국내 조선업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업체들은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는데, 3대 조선사의 올해 합산 매출이 50조원을 넘고, 영업이익은 4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이들 업체는 10여 년 만에 나란히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본격적인 실적 성장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HD현대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빅3’의 올해 연간 합산 매출은 51조8247억원, 영업이익은 3조8588억원으로 추정된다. 앞서 이들 3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46조2177억원, 영업이익은 2조1747억원이었다. 조선 3사가 동반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며,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3191억원) 대비 7배 수준이었다.

고부가가치 선종 골라 수주

빅3는 연초부터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 1분기 매출 6조7717억원에 영업이익 8592억원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1년 전 대비 436.3% 증가했다. 삼성중공업도 1분기 매출 2조4943억원, 영업이익 1231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같은 기간 매출은 6.2%, 영업이익은 58% 증가했다. 오는 28일 실적을 발표하는 한화오션은 매출 3조782억원, 영업이익은 1592억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조선업계는 저가 수주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군함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골라 수주해 영업이익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운 탄소세 도입도 친환경 선박 수요를 자극해 호재다. 국제사해기구(IMO)에 따르면 오는 2027년부터 5000톤 이상 대형 선박들을 대상으로 강화된 탄소세가 도입된다. 이에 따라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면 메탄올·암모니아 추진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이뤄지면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전망이다. IMO의 규제는 단순 연료 효율화가 아닌 연료 체계 전환을 요구해, 엔진·탱크 구조부터 설계까지 완전히 바꿔야 하는 만큼 신조 수요가 급격히 늘 것으로 보인다.

협력 기대감 속 中 견제 반사이익까지

또한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마진도 개선되고 있다. 선박 건조 대금은 통상 달러로 결제돼, 환율이 오르면 매출도 늘어나는 구조다. 여기에 선가가 오른 뒤 따낸 수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신조선가는 지수 기준으로 2024년 10월까지 쉬지 않고 상승했다”며 “아직까지 2022년 수주 물량을 다수 건조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이나,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모두 단가 상승 이후 수주한 물량으로 이뤄진 수주잔고를 3년치 보유 중”이라고 했다.

아울러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 선박과 선사에 거액 수수료를 물리는 정책을 추진하며 국내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조선업은 미국의 협력을 이끌 ‘키’ 산업으로 꼽힌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고위급 통상 협의에선 미국 측에선 한미 조선 협력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측은 미국 내 스마트조선소 구축과 기술 이전, 조선 인력 양성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기여해줄 것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이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해 울산과 거제에 있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조선소를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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