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4일 부울경 지역 대선 민심탐방

“계엄 충격…국힘 끝까지 사과도 안해”

“이재명 도덕적으로 안돼…사법리스크”

23일 오후 부산 북구에 위치한 구포시장 입구 모습. 부산=이영기 기자
23일 오후 부산 북구에 위치한 구포시장 입구 모습. 부산=이영기 기자
23일 오후 부산 북구에 위치한 구포시장 모습. 부산=이영기 기자
23일 오후 부산 북구에 위치한 구포시장 모습. 부산=이영기 기자

[헤럴드경제(부산·울산)=김해솔·이영기 기자] “이재명 싫고 더불어민주당도 마음에 안 든다. 국민의힘이 계엄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선 긋는 모습만 보여도 후보가 괜찮으면 국민의힘 뽑을텐데 집회 나가고 시위하면서 난리치는 거 보고 이 당은 답이 없구나 싶다.”(부산 해운대구에서 만난 50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찍었는데 이번엔 ‘절레절레’다. (민주당 후보가 되더라도) 이재명은 일단 안 뽑을 계획인데 그렇다고 국민의힘에서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할지. 호감이 가는 후보가 없다.”(울산 남구에서 만난 20대)

헤럴드경제가 23~24일 이른바 ‘PK’로 불리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 곳곳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어느 한쪽의 편으로 기울어진 분위기를 보여주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정국 혼란과 국민의힘의 수습 미흡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반면 민주당을 향해서도 “원내 1당이 국가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과 함께 “정권을 맡길 수 없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았다. 대권 잠룡 지지율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밖 전체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에 대해선 “사법리스크 때문에 국정동력이 없다”, “호감 자체가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부산은 전체 18석 중 국민의힘이 17석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부산 북구갑에서만 전재수 의원이 한 자리를 지켜냈다. 하지만 올해 치러진 부산교육감 재선거에선 진보 성향 김석준 교육감이 51.13% 득표율로 과반을 달성하며 당선되면서 1년새 달라진 선거 분위기를 보였다. 상대적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의 강세 지역으로 꼽히지만 동시에 정치 현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점이 나타나는 곳이다.

헤럴드경제가 만난 유권자들은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로 예정된 이 후보에 대해 대체로 반감과 불신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아무래도 이재명과 민주당은 안 된다’는 의견과 ‘그럼에도 국민의힘에 계엄과 탄핵 사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부산 금정구 부산대 인근에서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20대 여성은 “계엄이 너무 충격적이었다”며 “국민의힘이 끝까지 탄핵에 반대하면서 계엄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것도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나 이재명 후보가 좋은 건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 차마 국민의힘에 또 나라를 맡길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일한 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인 부산 북구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여기 북구는 민주당 의원이 하니까 대통령도 민주당 사람이 되면 시너지가 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이재명 후보가 도덕적 흠이 많다고는 하는데 그 외에는 진짜로 뽑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이어 “탄핵 두 번 된 당에서 또 대통령을 뽑아선 안 될 거 같다. (이재명 후보가) 좋아서 뽑는다기보다 정말 뽑을 사람이 없어서”라며 “지난 대선에서 그래서 윤 전 대통령을 뽑았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재명은 막아야 한다’는 ‘반감정서’ 역시 부울경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이 돼도 재판을 계속 받아야 한다”며 “국가가 위기인데 대통령 일정 절반이 재판인 게 말이 되나. 국민의힘 후보들은 최소한 사법리스크는 없으니 나랏일에 집중할 수 있지 않나”라고 했다.

울산 남구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자체에는 찬성한다”면서도 “이재명은 일단 도덕적으로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부산 금정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민주당이 국가 혼란을 부추기는 바람에 계엄은 불가피했다”며 “나라를 생각하면 민주당과 이재명 모두 뽑아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누가 이재명 대항마로 적합한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었다. 부산대 인근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찬탄파(탄핵 찬성파)는 사실상 ‘이재명 스파이’ 아닌가 싶다”며 “홍준표 후보 정도면 합리적이고 말도 잘하는 것 같다”고 했다. 울산 남구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은 “김문수가 정치 경력도 길고 점잖지 않나”라며 김 후보에 대해 호감을 드러냈다. 같은 지역 60대 여성은 “한동훈 호감이다. 이 지역에서 인기가 꽤 좋다”고 했다.

‘범보수 진영에 뽑을만한 후보가 없다’는 의견과 함께 아예 ‘투표 포기’ 의사를 밝히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부산 금정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유승민 전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정도를 눈여겨봤는데 둘 다 잘 안 돼서 아쉽다”고 했다. 울산 북구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이번에 누구를 뽑아야할지 모르겠어서 투표를 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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