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들 상대로 소송
아버지 “외제차 사준댔으니 약속 지켜라”
아들 “외제차 사용 권한만 준 것이다”
법원, 아버지 손 들어줬다…증여 동기 충분
“원고는 피고의 아버지다.”
![도열해 있는 일본산 차량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4/rcv.YNA.20241027.PYH2024102705000001300_P1.jpg)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아버지가 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미 구입한 외제차의 소유권을 두고 법정 싸움을 벌였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동차를 사준다고 했다”고 했고, 아들은 “그런 적 없다”며 “아버지에게 단순히 자동차를 사용할 권한만 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아버지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을 통해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정리했다.
▶자동차 매매계약서엔 모두 아버지 인적사항, 지분은 아들 80%=부자(父子)는 2021년 8월께 일본의 한 외제차를 구입했다. 모델에 따라 5000만원 후반에서 6000만원 초중반에 이르는 차종이었다.
매매계약서엔 아버지 A씨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인적사항을 기재했다. 자동차를 등록할 때도 소유자의 인적사항은 모두 A씨의 것으로 기재했다.
단, 자동차의 소유권은 공동소유로 하며 A씨의 지분을 20%로, 아들 B씨의 지분을 80%로 정했다. B씨가 자동차 할부금융을 이용하기 위해 지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자동차 할부금융은 자동차 구입비를 일시불로 지불하기 어려울 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뒤 분할해 갚는 것을 말한다.
이후 자동차는 출고 당시부터 지금까지 A씨가 운행하고 있었다. 갈등은 B씨가 대출금을 모두 갚은 뒤에 벌어졌다. A씨는 아들을 상대로 “이제 자동차 지분 80%를 나에게 옮겨라”며 소송을 냈다.
▶아버지 “증여계약 이행하라” vs 아들 “그런 적 없다”=재판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A씨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원고 A씨(아버지) : “피고 B씨(아들)가 자동차를 사주겠다고 해서 증여계약을 맺었다. B씨의 지분 80%는 자동차 할부금융을 위해 형식적으로 등록된 것이다. 이제 B씨가 대출금을 모두 갚았으므로 증여 계약에 따라 나에게 자동차 소유권을 옮겨야 한다.”
반면 B씨는 “증여계약을 한 적이 없다”며 맞섰다.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피고 B씨(아들) : “원고(A씨)와 증여계약을 맺은 사실이 없다. 단지 A씨에게 자동차를 사용할 권한만 줬을 뿐이다.”
▶법원, 아버지 손 들어줬다=원고와 피고가 가족인 만큼 명시적인 증여 계약서, 녹취록, 문자메시지 등 객관적인 증거는 없었다. 법원은 고심 끝에 여러 정황상 아버지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1단독 박무영 부장판사는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B씨는 A씨에게 자동차를 증여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주장한 대로 B씨가 자동차 지분 80%를 A씨에게 넘기고, 소송 비용도 아들 B씨가 부담하라고 했다.
법원은 “B씨의 주장대로 A씨에게 자동차의 사용권한만 부여할 것이었다면 해당 자동차를 공동소유로 하고, A씨의 지분을 20%로 등록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B씨의 지분은 80%로 해서 등록한 것은 B씨가 자동차할부 금융을 이용하기 위해 필요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B씨가 지분을 등록한 것은 증여계약 체결을 배척할 사정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자동차의 매매계약서, 차량 등록증엔 B씨의 지분이 A씨의 지분보다 더 큼에도 불구하고 각종 인적사항을 모두 A씨의 것으로 기재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A씨는 B씨의 싱가포르 유학비용, 결혼 시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구입자금 등을 지원했다”는 점도 살폈다.
그러면서 “이후 B씨는 해당 아파트를 처분한 뒤 서울 강남구의 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구입했다”며 재건축 이후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음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된 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해당 자동차를 매수했으므로 B씨는 A씨에게 자동차를 증여할 만한 동기도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