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저장수단으로 보는 장기 강세론 재주목”

“금처럼 거래되면 디커플링 서사 더 힘받아”

홍콩에서 지난해 4월(현지시간) 한 여성이 가상화폐거래소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AFP]
홍콩에서 지난해 4월(현지시간) 한 여성이 가상화폐거래소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국 주식 시장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다시 9만 달러선까지 회복했다. 비트코인은 미국 주식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과거 기술주와 연동되던 모습에서 벗어나 안전자산인 금과 비슷한 흐름을 보여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간 이날 낮 12시 9분(한국시간 23일 오전 1시 9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2.72% 오른 9만711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이 9만 달러선에서 오른 것은 지난 3월 6일 이후 46일 만이다. 이날은 장중 9만1500달러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미국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상승했다. 비트코인도 관세 전쟁으로 인한 투자 심리 약화로 지난 7일 7만4000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꾸준히 상승 모드를 타고 20% 이상 올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강화하며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이틀간 6% 이상 상승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미국 기술주와 함께 움직이던 오랜 경향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비트코인이 향후 안전자산인 금과 유사한 위상을 갖는 게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뒤 위험 자산 전반이 하락세를 보인 이후 비트코인은 불확실한 시장에서 돋보이는 자산인 금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시그널플러스의 파트너인 오거스틴 판은 “(비트코인이) 미 자산과 디커플링이 지속된다면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바라보는 장기 강세론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주 시드니 소재 가상화폐 헤지펀드 DACM의 공동 창립자 리처드 갤빈은 “비트코인이 기술주가 아닌 금처럼 거래되는 흐름이 계속된다면 디커플링 서사가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이러한 미국 자산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달러 약세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달러화는 최근 가치가 급락해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 심리도 바뀌면서 미국 상장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지난 21일 하루 동안 총 3억8100만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1월 30일 이후 최대 규모다.

같은 시간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4.58% 올라 1696달러를 나타냈고, 엑스알피(리플)과 솔라나, 도지코인도 각각 1.73%와 4.06%, 6.88% 상승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