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회경선 첫 주 득표율 90%
민생·지역숙원 사업 위주 공약
‘금투세 폐지’ 대표때와 달라
양金과 ‘관계 설정’ 공들이기
“압도적…비호감도 줄이기 주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0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1/news-p.v1.20250420.e602f5f8d4f84d17a9ae0ef1ceeb12c3_P1.png)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 순회경선 첫 주 9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당내에선 ‘구대명(90%의 지지율로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이라는 신조어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이 후보는 몸을 낮춘 행보를 이어간다.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적 언급은 삼가고 민주진영 내 견해차가 크지 않은 정책을 속속 발표하면서 잡음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경선 승리 이후 본선을 염두에 두고 대통령 후보로서의 안정감을 보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후보는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는 순회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89.56%를 기록 중이다. 19일 발표된 충청권 순회경선에선 88.15%, 20일 영남권 순회경선에선 이보다 높은 90.81%의 표를 얻었다. 이번 주 호남권, 수도권·강원·제주 순으로 이어지는 순회경선에서도 이 후보의 독주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는 데에는 변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중도층이 많다고 하는 충청과 영남에서 이미 압도적으로 90%에 달하는 득표율을 얻었다”라고 내다봤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이 시작된 이후 순회 경선지인 충청·영남권 공약과, 문화·예술·장애인·금융 정책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충청은 ‘행정·과학 수도’, 영남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를 키워드로 한 공약들을 제시했다. 문화 부문에선 ‘문화 수출 50조원’, 장애인 정책으론 ‘발달·정신 장애인 돌봄 국가 책임제’를 내세웠다. 이날은 ‘주가지수 5000 시대’를 거론하며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상법 개정 재추진 등의 공약들을 발표했다.
이처럼 이 후보는 눈길을 끄는 파격적인 공약이 아닌 민생 밀착 정책이나 지역별 숙원 사업을 내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선 출마 전 당 대표를 지내면서 보였던 과감한 정책 행보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당 대표에 연임한 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가상자산 세금 유예, 반도체 산업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 적용 검토 등 기존 민주당의 정책 노선과는 다른 방향의 행보를 보였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은 “유력한 후보가 잡음을 만드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라며 “압도적인 경쟁력은 입증이 됐으니 변수 관리에만 집중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함께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김경수·김동연 후보와의 관계 설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종 후보가 되기 위해 꺾어야 할 경쟁자가 아닌 통합과 포용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이들의 다른 생각이나 주장에 반박을 하기보단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첫 경선 후보 TV토론에선 김동연 후보가 개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하자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되지 못해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며 반박이 아닌 우회적인 답변을 했다. 전날(20일) 열린 영남권 순회경선 정견발표에서는 두 후보의 이름과 이들이 낸 공약을 거론하면서 포용 의지를 직접 표현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이 후보에게 이번 경선은 안정감과 통합역량을 부각에 집중하는 과정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이지만 비호감도가 높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경선 과정을 통해 비호감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한 행보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은 로키(Low key)로 갈 것으로 보인다”이라며 “당내에선 적수가 없는 상황에서 비호감도 줄이기에 주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y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