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선고 지연·장외투쟁에 개최 저조”
반도체법·하늘이법 논의도 중단
“장외투쟁 대신 국회 업무 충실”
배우자 상속세 폐지, 반도체 특별법, 하늘이법 등 주요 현안을 다뤄야 할 국회 상임위원회가 3월 한 달 ‘개점휴업’ 한 것으로 파악됐다.
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상임위 14곳(겸임 제외) 중 기획재정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교육위, 환경노동위는 3월 전체회의나 법안심사소위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기재위는 여야 지도부가 전격 합의한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포함해 각종 세제 관련 개정안이 쌓여 있는 곳이다. 산자위에는 여야정 국정협의회 안건 중 하나였던 ‘반도체 특별법’이 장기간 계류 중이다. 교육위는 2월 대전 초등학생 피살 사건과 관련해 여야에서 쏟아낸 재발방지책, 일명 ‘하늘이법’의 소관 상임위다.
개점휴업의 주요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지연에 따라 깊어진 정치권의 갈등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석방을 계기로 3월11일부터 당 차원의 장외 총력전에 나섰고, 지금까지 도보 행진과 현장 최고위원회의 개최 등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같은 날부터 소속 의원의 절반이 넘는 61명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릴레이 시위 등 장외 투쟁을 진행 중이다. 3월 말 영남권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로 정쟁 수위가 한풀 꺾이는 듯했지만, 헌재의 침묵에 여야 모두 막판 여론전을 놓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상임위원장 실무자는 “헌재 선고가 밀리고, 여야 의원들이 다 장외로 나가면서 전반적으로 상임위 개최가 많이 저조해졌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 측도 “당에서 외부 업무가 많아지다 보니 상임위를 열 수 있는 여건이 잘 안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회의가 열리지 않는 상황을 놓고 여야는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전날에는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기재위원장이 “기재위 전체회의 개의 합의에 대해 듣거나 전달받은 바 없다”고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1일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했으나, 국민의힘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여당 간사와 전체회의를 여는 데 합의했고, 위원장과 상의하기로 했는데 답이 없다”고 했다. 여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여야가 합의한 배우자 상속세 폐지법을 심사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 법안이 발의되면, 그때 전체회의를 열자고 합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산자위에서는 3월 한 달 ▷고소득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제외한 반도체 특별법 처리 문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민감국가 지정 ▷홈플러스 사태 관련 현안 질의를 위한 회의 일정 조율 시도가 있었으나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간사인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회의를 열자고 두 차례 연락을 했었다”며 “정부를 혼낼 건 혼내고, 힘 실어줄 건 실어주고, 대책을 논의해야 하는데 아예 판을 안 열어버리면 어쩌자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했다.
이 밖에 행정안전위는 3월 한 달 김대웅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 인사청문회를 위한 전체회의를 한 차례 열었고, 문화체육관광위도 전체회의를 한 번 소집하는 데 그쳤다. 국방위는 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한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 방문 등을 소화했다.
정무위는 홈플러스 사태 현안 질의를 포함해 전체회의를 2번 열었다. 외교통일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보건복지위는 각기 전체회의 2번, 법안심사소위 1번을 열었다. 국토교통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각각 전체회의 1번, 법안심사소위 1번을 소집했다. 법제사법위는 전체회의 5번, 법안심사소위 3회로 가장 많이 개최됐다. 법사위를 제외하면 상임위 전체회의(월 2회)와 법안심사소위(월 3회) 개최 횟수를 명문화한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을 지킨 곳이 없는 셈이다. 국회의 개점휴업을 막기 위해 2021년 3월 시행된 일하는 국회법이 정쟁의 굴레 앞에 ‘빛 좋은 개살구’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할 일을 다 하고 짬짬이 나와서 장외 투쟁을 한다고 항변하더니, 실제로 일을 안 했다는 수치가 나온 것”이라며 “트럼프의 관세 전쟁으로 한국 경제가 풍전등화 상태에 놓이고, 공실은 늘어나고, 중소상공인들은 폐업하고, 물가와 환율은 다 오르는데 국회가 민생을 내팽개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맨날 정쟁만 한다면 국회의 기능이 마비되는 것”이라며 “이제 (대통령 탄핵은) 사법부가 판단하게끔 맡겨두고, 장외 투쟁 대신 국회에서 자기 일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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