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영향 조사 행정명령 서명
韓, 작년 구리제품 5.7억달러 美 수출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리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3월 12일부터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구리에도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구리제품 5억7000만달러(약 8167억원) 상당을 미국에 수출해 영향권에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미국의 구리 수입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따라서 구리에 대한 조사는 3월12일부터 25% 관세 부과를 결정한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금속 분야에 대한 ‘관세 전쟁’을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날 “미국의 구리 산업도 철강·알루미늄과 마찬가지로 국내 생산을 공격하는 글로벌 행위자들에 의해 파괴됐다”며 “우리의 구리 산업을 재건하기 위한 관세 부과의 가능성을 놓고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미국의 국방과 산업에서 구리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다고 강조한 뒤 “그것은 미국에서 만들어져야 하며, 면제와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면서 “구리를 미국으로 돌아오게 할 때”라고 말했다.
구리에 대한 관세 부과 움직임에는 미국의 무역적자 완화 측면 이상으로 국가안보와 산업에서 중요한 광물인 구리의 채굴에서부터 정련에 이르는 전 제조시설을 국내화하려는 전략적 목표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현재의 전기차 수요와 전기 소모가 많은 인공지능(AI) 관련 용도를 감안할 때 미래에 미국 내 수요에 비해 구리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미국이 구리 분야의 장기적인 무역 보호 조치에 대한 납득할 만한 확실성을 제시하지 못하면 미국 내에서 구리 용광로와 제련 능력을 개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작년에 구리 96억 달러 상당을 수입했고, 113억 달러 상당을 수출했다.
전 세계적으로 2023년 기준 구리 수출국(정련동 기준) 순위는 칠레가 1위, 페루가 2위, 인도네시아가 3위이며 미국은 10위, 한국은 13위였다.
미국에서 쓰는 구리의 최대 공급자는 칠레로, 미국 수입량의 35% 안팎을 공급하고 캐나다가 25% 수준으로 그 뒤를 잇는다.
로이터 통신은 구리에 대한 관세가 최종적으로 도입되면 정련동과 구리 제품의 최대 대미 수출국인 칠레, 캐나다, 멕시코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도 미국의 구리 관세가 도입되면 영향권에 들어간다.
한국무역협회 K-STAT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 구리 제품 5억7000만 달러 상당을 미국에 수출했고, 미국으로부터 4억2000만 달러 상당을 수입했다. 다만 동광(구리가 든 광석)의 경우 작년 대미 수출은 없었고,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8천달러 상당으로 양국간 교역 자체가 미미했다. 정목희 기자
mokiy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