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1심 무죄→2심 유죄…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대법 “유죄 판단은 잘못”…무죄 취지로 돌려보내

사진은 참고용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참고용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사실 OO씨가 맘에 들어서요”

-2018.11 수능감독관 A씨가 수험생 B양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관을 맡은 30대 교사 A(37)씨는 고사장에 있던 수험생 B양에게 위와같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수험표와 응시원서를 대조해 B양의 연락처를 알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메시지를 받은 B양은 불안한 마음에 살던 동네를 떠나 이사했다.

검찰은 A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겼지만 1·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에선 무죄가, 2심에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사건 발생 이후 6년 만에 나온 대법원의 최종 결론은 무죄였다.

사건은 2018년 11월 15일 서울 강동구의 한 수능시험 고사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만 30세였던 A씨는 마음에 든 수험생 B양의 응시원서에 적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을 알게 됐다. 10일 뒤 A씨는 B양을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한 뒤 호감을 표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B양은 A씨를 고소했다.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A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B양에겐 “변호사 상담을 받은 결과,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고소를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사과를 하거나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조사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A씨는 “수능 감독 과정에서 B양의 연락처를 알게 된 게 아니다”라며 “아는 사람과 착각해 이름으로 카카오톡 아이디를 검색했다”거나, “카페에서 우연히 B양이 점원에게 불러주는 전화번호를 들었다”는 등으로 변명했다.

검찰은 A씨를 “개인정보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재판에 넘겼다. 이 법은 개인정보처리자(이 사건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에게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정보주체(B양)의 동의 없이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쟁점은 수능 감독관인 A씨의 법적 지위를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로 볼 수 있는지였다. 그렇다면 처벌이 가능했고, 그게 아니라 단순한 ‘개인정보취급자’라면 처벌이 불가능했다.

지금은 법이 개정됐지만 A씨의 범행 당시까지만 해도 개인정보취급자의 개인정보 이용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 자체가 없었다. 개인정보취급자는 개인정보를 훼손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었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A씨를 단순한 개인정보취급자로 판단한 결과였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 2019년 12월 이같이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A씨)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A씨에게 처벌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죄형법주의란 어떤 행위를 처벌하려면 반드시 미리 규정된 법률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1심 재판부는 “A씨를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로 보려면 개인정보처리자(교육청)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정한 요건이 갖춰지면 개인정보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A씨는 이러한 법적 지위가 아니었다며 “피고인은 수능 감독관으로 차출돼 수험생의 동일성 확인 등 감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에 따라 개인정보를 처리한 개인정보취급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A씨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한다며 유죄 판결했다.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 최한돈)는 2020년 10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것이라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개인정보 파일 운용을 목적으로 수험생들의 개인정보를 받은 것이 아니므로 ‘개인정보 취급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수험생들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받은 것이므로 업무 수행을 위해 불가피하게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의 범위에 들어온다”고 판단했다.

이어 양형에 대해 “피해자가 기존의 주거지를 떠나는 등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변명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엄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엇갈린 하급심(1·2심) 판결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무죄였다. 대법원은 A씨를 단순한 개인정보취급자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개인정보에 관한 독자적 이익을 위해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면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A씨가 이러한 지위에 없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개인정보취급자는 직접 개인정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뿐 아니라 업무상 필요에 따라 개인정보에 접근해 이를 처리하는 모든 사람을 말한다”며 “개인정보파일을 직접 운용하는 자에 한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2심 판결의 잘못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공립학교 교사인 피고인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지휘·감독에 따라 수험생들의 개인정보를 처리한 자로 개인정보취급자에 해당할 뿐”이라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2심)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며 무죄 취지로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한편 A씨는 형사 사건과 별개로 징계위원회를 통해 2020년 3월,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여기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거쳐 소송을 냈지만 지난 2021년 6월, 1심에서 패소했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