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 법사위 계류된 ‘헌재 개정안’ 9건 달해
“사법부 둘러싼 논란, ‘법치의 위기’ 보여줘”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의 입장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10/news-p.v1.20250204.a2422f8dec00401980dc08847abb8027_P1.jpg)
[헤럴드경제=서정은·문혜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치권의 ‘헌법재판소 흔들기’가 점입가경이다. 여야는 충분한 논의 대신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헌법재판소 관련 법 개정안을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 측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정계선·이미선 재판관에 대해 회피 촉구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헌재를 향한 압박을 이어가는 중이다.
“헌법재판관 공백 방지”·“탄핵 기각시 비용 부담” 법안 봇물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2·3 계엄사태 이후 발의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헌법재판소법일부개정법률안은 총 9건이다. 이 가운데 야당에서 발의한 법안이 8건, 여당에서 발의한 법안은 1건이다.
야당은 주로 헌재의 대통령 등 국가 최고위 공직자에 대한 탄핵심판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재판 정지나 헌법재판관의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법안을 줄줄이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전용기 의원이 내란죄, 외환죄 등 국가 존립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범죄와 관련된 탄핵심판에 대해서는 정지할 수 없도록 명확히 규정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한 법안은 네 건이나 발의됐다. 현재 진행 중인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헌재의 ‘8인 체제’vs‘9인 체제’ 논란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지난 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이 위헌인지에 관한 권한쟁의·헌법소원 심판의 선고를 10일로 연기했다.
박균택 의원 개정안은 헌법재판관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를 국회의 선출과 대법원장의 지명이 결정되는 즉시 이뤄지도록 하고, 그에 대한 거부는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성윤 의원안은 대통령 임명권 행사를 7일 이내, 서영교 의원안은 10일 이내로 규정했다. 두 법안은 해당 시일이 지나면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했다. 이 의원안은 이에 더해 재판관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된 뒤에도 후임자가 임명되기 전까지는 직무를 수행하도록 해 공백 문제를 방지하고자 했다.
김종민 무소속 의원도 후임재판관 임명절차는 퇴임예정 재판관 퇴임 3개월 전에 개시하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이 의원과 비슷하게 재판관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도래하는 경우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여당에선 탄핵 심판 결과 기각·각하되거나 탄핵소추가 권리남용일 경우 발의자 또는 소속 정당이 탄핵 절차에 들어간 비용 부담을 떠안는다는 내용의 법안이 나오기도 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특정 정당이 실체 없는 의혹에도 탄핵 소추를 통해 대통령, 국무위원, 공무원 등에게 피해를 주며 국회의 입법권을 악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이같은 법안을 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에 대한 헌재의 기각 결정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탄핵 남발”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문제는 계류 중인 법안들은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통과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라는 점이다. 법사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헌재법 개정안은 논의가 쉽지 않고 중요성에서도 밀려 있다”며 “대부분 쟁점법안으로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할 것이 눈에 보이는데도, 윤 대통령을 향한 탄핵심판이 속도를 내면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 법안을 쏟아내는 셈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10/news-p.v1.20250204.dd839fdc7bf94996b96fcb0fcf639c25_P1.jpg)
尹 ‘헌재 불신’ 공세 지속…판결 불복 가능성까지
이 가운데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측은 신뢰 문제를 부각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보류 권한쟁의심판을 두고 인용시 “지옥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일부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삼으며 파고들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이 탄핵 심판에서 빠져야 한다며 회피 촉구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지지자들 또한 헌재로 집결해 연일 탄핵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헌재 판결 불복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중이다.
그동안 사법부를 향한 압박은 여야 할것없이 이어져왔다. 민주당은 과거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사 등에 대한 ‘줄탄핵’을 하기도 했다. 최근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판사 이름을 직접 부르며 위협하는 등 극단적 행동이 나온 상태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과 지지층 결집도가 확연히 다른만큼 이같은 양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수는 “헌재가 아무리 완벽을 기한다 할지라도 사사건건 트집을 잡을 수 밖에 없지 않겠냐”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법치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